대법원, “기망 고의 입증 안 되면 처벌 못해”
대법원 형사3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지난 10일 금광의 채산성을 부풀려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혐의로 사기 기소된 광산업자 배모(67)씨에 대한 상고심(2008도1599)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원심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광산에 채산성이 없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피해자의 법정진술과 대한광업진흥공사의 성분분석 결과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들의 진술은 배씨 등의 투자권유를 받고 현장에 가보기는 했지만 따로 조사는 하지 않고 채산성이 있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으나 금을 전혀 생산하지 못했다는 것과 그 광산이 현재까지 개발이 중단된 채 방치됐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진술은 광산의 채산성 유무에 관한 객관적인 근거로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광업공사의 성분분석결과서는 광산에서 채취한 세 가지 시료에 대한 검사결과로 서로 상이한 수치를 나타내 어느 것을 기준으로 광산의 채산성을 파악할 수 있는지 불명확하고 채산성의 판단기준치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없으므로 이 결과를 채산성 판단자료로 삼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배씨가 나름대로 지표조사와 지질조사, 사발시금 등을 통해 채산성 확인작업을 한 결과 채산성이 있다고 판단한 이상, 설령 광산의 채산성을 확인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배씨의 주장내용이 허위라는 등 배씨의 고의를 입증할 만한 다른 사정이 없다면, 고의로 피해자를 기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이유를 설시했다.
광산개발업자 배씨는 장모씨 등에게 캄보디아에 있는 금광의 채산성을 부풀려 지난 1999년10월~2002년2월까지 모두 14회에 걸쳐 총 1억58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예상치 못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 것일 뿐 피해자를 기망한 것은 아니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배씨의 기망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10월의 실형을 선고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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