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閑談雜說(4)-어머니의 외할머니 성함
閑談雜說(4)-어머니의 외할머니 성함
  • NTN
  • 승인 2005.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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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께서는 어머니의 외할머니 성함을 아십니까? 혹은 어머니의 외할아버지, 어머니의 할머니나 할아버지, 아버지의 외할머니나 외할아버지 성함을 아십니까?

어머니의 외할머니 성함은 물론이고, 아마도 할머니나, 특히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외할머니의 성함을 모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할머니나 외할머니가 일찍 돌아가신 경우에는 그분들의 성함을 모를 수가 있습니다.

연세가 아주 많으신 분들은 할머니나 외할머니 성함을 알래야 알 수도 없습니다. 옛날에는 여자들이 시집을 가게 되면 이름이 없어지고 무슨 부인이니 무슨 댁(宅)이니 하는 택호 등으로 불리우고 기록으로는 무슨 김씨, 무슨 이씨 이런 정도만 남는게 보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증조할아버지의 성함은 아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족보에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증조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본관이나 파 이외에 조상중에 이름을 날리신 분 몇 분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 결과 자신이 왕족의 후손이기 때문에 혹은 10대조가 정승벼슬을 지낸 가문이기 때문에 그도 아니면 오래전의 선조가 진사나 생원이라도 지냈기 때문에 그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 보면 그런 것들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따져 보자면, 10대조가 나에게 남긴 유전자 또는 피의 흔적이 몇 %나 되겠습니까? 겨우 0.0975%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10대 할아버지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0.0975%라는 이야기 입니다. 시쳇말로 하여 아주 심하게 표현하자면 구정물 한 방울 튀긴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어머니의 외할머니가 나에게 남긴 피의 영향은 무려 12.5%나 됩니다. 10대조보다 무려 128배의 혈흔을 주신 겁니다.

이러한 계산은 부,모 양쪽에서 공평하게 50%씩 피를 이어 받았다는 가정에서 나온 계산입니다. 한 번 계산해 보겠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게 각각 50%.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각각 25%, 증조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는 각각 12.5%---, 이런 식으로 피를 물려 주었다고 본다면 이 계산은 타당하다고 봅니다. 남자가 유전적으로 여자보다 우성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자신이 왕족의 혈통을 받았다고, 조상중에 유명한 벼슬살이가 몇 명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분들이 계시겠지요. 그러나, 솔직히 보자면 왕족이나 벼슬살이들이 일신영달과 호의호식을 위한 권력다툼, 파벌조성 등 뭐 그런 것들만 골라 가면서 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아닌 경우가 더 많겠지만요.

그에 비하여 차라리 이름없는 농부나, 병사나, 하인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묵묵히 농사 지어서 자식들 먹여 살리고, 이름없이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고, 주인을 위해서 정성을 다하는 것이 비록 귀하지는 않을 지라도 그러한 기초가 있었기에 나라가 유지되어 온 것입니다.

어쨌든 피는 물보다 진하기 때문에 자신과 자신의 조상에 대하여 일정한 존경심을 가지고 그것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좋은 풍습이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막중하게 기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계급을 형성하고, 그 계급을 밑천으로 대대로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큽니다.

요즘은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모의 성(姓)을 함께하여 자신의 성으로 쓰는 것을 봅니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 김씨이고, 어머니가 이씨라면 성을 ‘김이??라고 쓰는 것이지요. 물론 민법상으로는 아버지의 성을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호적상으로는 당연히 김씨가 성이 됩니다.

이와 같이 부모의 성을 함께 쓰게 되면 대를 이어 갈수록 성이 길어져서 이름이 매우 복잡하게 되는 커다란 단점이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은 상당히 의미있는 것입니다.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결혼을 하면 여자는 성(姓)마저도 남자의 성을 따르고, 몽골에는 성이 없다고 합니다. 또 중국은 어머니의 성을 선택할 수도 있답니다. 이와 같이 성을 표시하는 방법은 각각의 문화적 차이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성을 어느 것을 쓰느냐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는 아닐 수 있지만 남녀의 핏줄을 고르게 반영하지 않은 채 성에 따라 어떤 편견을 형성하는 것은 문제가 됩니다.

정리해 보자면 결론적으로 우리는 핏줄이라고 하는 것을 부계 혈통만을 가지고 따지기 때문에 많아야 반쪽 또는 그보다 훨씬 작은 의미 밖에 없으며, 따라서 성(姓)이라는 것은 ‘이름중의 한 글자로서 인식을 위한 표시'에 불과하고 그 자체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근친간 결혼에 따른 열성인자의 생성과 풍기문란을 막기 위한 어떤 장치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모계는 따지지 않으면서 부계만을 따져서 근친결혼을 막는 것은 큰 모순입니다.

대를 잇는다는 명제가 중요하기는 합니다. 인간으로서, 생명체로서 자신의 종족을 유지, 번식시켜 나가는 것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런 관념이 아니라 부계혈통만의 대를 잇는다는 것, 글쎄요... 그건 뭐... 아닐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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