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타軍團 ‘세무법인’의 등장

[세정칼럼] 심재형 (NTN 주필)

2007-01-15     33
   
 
 
언제부터인가 국세청 고위직 출신들이 퇴직과 동시에 세무사로 변신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새삼 금석지감(今昔之感)을 느끼게 된다. 70년대 초까지 만해도 상상도 못했던 정경이다.

세무사라는 직업이 불모에 가깝던 그 시절에는 지방청장 출신은 감불생심(敢不生心),세무서장 출신들마저도 세무사 간판 걸기를 꺼려했다. 세무서장까지 지낸 처지에 세무사 개업하는 것은 체면 구기는 짓 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만큼 그들 스스로가 세무사라는 직종을 백안시 했다.

한때는 서장출신도 개업 꺼려해

그 즈음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어느 한분이 스스럼없이 세무사 사무소를 연다. 그는 매일 세무사 명함 수백 장을 휴대하고 고객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이 회사 저 회사를 찾아 다녔다.

어느 회사 사장실을 방문해 비서 양에게 명함을 건네주니 “세무사가 뭐지요?” 하고 묻더라는 일화는 당시의 세무사 위상을 한마디로 대변해 주고 있다. 그러던 세무사계가 75년 소득세 자진신고납세제 도입을 기점으로 세무조정업무가 등장하면서 활황기를 맞게 된다.

이때부터 관리자급 국세공무원 출신들은 이 길이 ‘정 코스’인양 퇴직과 함께 줄줄이 세무사의 길을 걷고 있다. 세무사계가 이렇듯 번창일로를 걸어오는 동안 개업 세무사 수는 7천명을 넘어서 곧 1만 명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증가에 비해 질적 면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업계가 많은 시련을 겪고 있다. 회원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시장여건은 날로 쪼그라드는 상황이니 시름이 가시질 않는다.

세무사사무소마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등 나름의 공격경영으로 불황타개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날로 전문화, 다기화, 세계화되어 가는 경제의 흐름에 맞춰 세무사들의 업무패턴도 변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예서제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작금의 세무법인 러시 현상도 이러한 업계 내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이런 차제에 최근 전직 지방청장 출신들이 대거 주축이 된 대형 세무법인 출범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세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구성원을 보면 1급 출신 2명 외에 지방청장 출신만도 6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젠 명퇴 후 세무인생은 ‘정 코스’

그러니까 고위직 8명이 포진된 가히 ‘스타 군단(軍團)’급 위용이다. 왕년의 별들로 구성된 이 세무법인은 향후 세무사의 사회적 위상 제고를 위해 유사직종과의 차별성을 각인 시키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 이라고 대내외에 천명을 하고 있다.

즉 조세전문가는 역시 세무사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세무업무와 관련한 고객(납세자)들이 로펌이나 회계법인 보다는 세무사를 찾는 풍토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무사계의 반응은 매우 예민하다.

‘기대 반(半 ) 우려 반(半)’으로 이들의 출범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시장원리에 민감한 나머지 피해의식을 느끼는 회원이 있는가 하면 세무사의 고유업무 확장 등 이른바 블루오션의 새장(章)을 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긍정론이 뒤섞여있다.

정작 말들은 않고 있지만 막연한 우려 속에서도 그들의 ‘잠재적 힘(?)’에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무사계의 숙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재작년에 축소 조정된 ‘외부조정 대상범위’의 원상회복과 세무사 징계양정규정 완화 등은 초미의 현안이다.

여기에 국세당국과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도 빼 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특히나 국세청과의 관계개선을 요망하는 세무사계의 속내에는 아련한 서러움이 묻어 있다. 평소 세정협조자로서 또 국세행정의 파트너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당신들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안면 몰수하는 당국에 대한 야속한 마음이다.

한 예로 종합소득세신고와 같은 주요 납기에는 제발 세무조사를 유보해 달라는 요구가 묵살되는 당국의 처사를 지적하고 있다. 세무사계는 이들이 동 업계의 이 같은 숙원을 풀어주는 든든한 선발대가 되어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군단 출현에 ‘기대 半 우려 半’

이제 막 출범한 ‘스타 군단’ 수뇌부들은 국세청 재직시 최 정상(頂上)에서 세정을 운용하던 지휘관들이다. 세무사는 물론이려니와 납세자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대칭의 위치에 있던 인물들이다.

바로 그들이 세무사로 변신, 납세자권리구제를 담보하는 세정협조자로의 일보를 내디딘 것이다. 향후 이들의 행보는 세무사계의 발전 동력은 물론 세무법인 대형화에 따른 성패여부에도 한 획을 긋는 시범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들이 가고자 하는 길이 ‘블루 오션’이냐 아니면 ‘레드 오션’이냐. 세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