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상의 세짜이야기]

새해에 ‘삼(3)겨’-겸손, 격려, 경청을 德目으로
세일회계법인 대표/전 부산지방국세청장

2012-02-14     kukse
   
 
 
겸손에 대하여

겸손(謙遜. Modesty, Humble)은 남을 높이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를 말하며 교만하거나 자만하지 않고 상대방의 장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것이다. 겸손한 사람은 모든 사람의 호감을 얻어 누구나 함께 하고 싶어 한다. 예로부터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한다는 것은 어렵지만 부자의 겸손은 빈자의 벗이 된다고 했으며(법화경), 가장 훌륭한 지혜는 친절함, 겸손함에서 나오고(탈무드), 몸을 낮추는 자만이 남을 다스릴 수 있으니 겸손함은 검(檢)보다 강하다(명심보감)고 하는 등 어느 종교나 도덕경이든 겸손함이 제일가는 덕목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겸손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분이 3년 전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이었다고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있다. 어느 종교보다 전 세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카톨릭교에서 수백만 신자를 지도하는 위치에 계셨지만 한없이 겸손하셨다. 충분히 권위를 보여도 되는 분이었지만 종교적이거나 의례적인 자리에서 평신도들이나 누구와도 동네 아저씨처럼 허물없이 어울리셨고,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자타가 공인하는 ‘바보 추기경’이란 애칭으로 불리던 그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영향력과 위대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고 한다.

우리가 겸손을 실천하려 할 때 느끼는 갈등은 주위에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고 얼핏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며 그 진가가 들어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흔히 요즈음 ‘자기 P.R. 시대인데 겸손한 걸 누가 알아주나’하면서 자리를 다투고 자신의 능력과 장점을 스스로 과시하고, 대화를 독차지 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

바보 취급당하는 것도 곤란하지만 자가발전(自家發電)을 하며 앞장서 설치는 것도 꼴불견이니 그 중간 이상의 겸손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격려에 대하여

격려(激勵, Encourage, Cheer-up)는 용기와 의욕이 솟아나도록 긍정적인 반응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다. 칭찬은 예쁘다, 잘했다, 좋다 등의 의견과 느낌을 단순히 표현하는 것이라면 격려는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로 명품(名品)의 대명사가 된 피에르 가르뎅(Pierre Cardin. 1922~ )도 가난한 시절이 있었다. 돈이 없어 자신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는데, 어느 귀부인이 그 옷을 보고 멋있다고 칭찬하면서 남편에게 사주고 싶다는 격려에서 출발하여 오늘 날의 전 세계 140여 국가에서 900여개 품목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패션왕국을 건설하였다.축구선수 박지성이 키도 적고, 그저 그런 대표선수의 하나 였을때 히딩크라는 명감독이 가장 정신력이 강하다는 격려로 분발하여 월드컵의 4강신화를 이루고 세계적인 스타프레이어가 된 것이다. 또 백인도 미인도 아닌 흑인여성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1954~ )가 토크쇼의 여왕으로 성공을 거둔 것은 “I Can Do" 정신이었다고 한다.

영어의 격려를 ‘En+Courage’로 파자(跛字)하면 접두사 ‘En’이 ‘하게 하다’이니 Courage(용기)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한자로도 ‘물 水’가 들어 있는 ‘힘 있게’라는 ‘激’자에 만인의 힘이라는 ‘勵’가 결합됐으니 그 뜻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가정에서든 사회에서든 일상사에서 어른, 선배, 상사 등이 아래 사람 후배 뿐 아니라 친구 동료의 입장에서 크고 작은 격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즐겨 말하는 ‘Seven-up’이 있는데 그 중에 ‘Cheer-up’이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왕년에…”등으로 자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그들의 장점을 격려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를 낮추고 남을 격려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을 높히고 존경받는 것이 아닐까!

경청에 대하여

어느 경우에나 경청(傾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영어로도 단순히 듣는다는 Hearing이 아니라 Listening closely로, 주의 깊게 몰두해서 듣는다는 Intently, Attently(Lend an ear도)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 한자로도 ‘傾’자가 비스듬히 기울었다는 뜻으로 눈과 귀, 온 몸을 기울여 몰두한다는 뜻이며 ‘聽’에도 ‘귀이(耳)’자는 물론 ‘임금 王’자도 나오고 ‘마음 心’자도 등장하니 상대를 존중하고 정성을 다해서 듣는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상대방을 응시하며 눈으로 들으라는 것이며, 입으로는 잘 듣고 있다는 확인으로 “아, 예 그렇군요…”등의 추임새 등, 오관(五官)을 모두 동원하여 듣는 것이다. 그래서 귀가 둘이고 입이 하나니 두 마디 듣고 한번 말한다, 또는 두 개의 눈도 합치면 네 마디를 듣고 한마디 하라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권고도 있다.

어느 정부기관에 학심청(學心聽)이란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그 뜻은 국민들의 뜻을 배우는 자세로, 정성껏 듣는다는 것으로서, 정말 그렇게 된다면 국민과의 소통이 원만할 것이다. 예전부터 관청의 ‘廳’은 국민의 소리를 듣는 집이 되니 그 명칭은 벌써 요즈음의 민주주의 행정을 구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제 새해에는 건성 건성, 불성실하게 듣는 태도를 바꾸고 ‘Seven up’에 ‘Listen up’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세 가지 덕목은 삼위일체-그 바탕은 인내

겸손한 사람은 자기을 낮추며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의 장점과 능력을 인정하며 격려한다. 그러므로 위의 세 가지 덕목은 따로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三位一體’가 되어 그 사람의 인격이 되고 그 바탕에는 참을성(忍耐)이 자리 잡는다. 폼 잡으며 나서고 싶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을 것인데 꾹 꾹 참아내는 것이다.

스스로를 낮추던 김수환 추기경 같은 멘토를 떠올리면서 ‘삼(3)겨’의 내공(內供)을 키우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 바로 성공적인 소통(疏通)에 이르는 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