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국세청, 역외탈세와의 전쟁 그 현주소…(3)
역외탈세 특성 걸맞는 특수활동비 지원없어 아쉬움
악의적 탈루 확인돼도 제도미비… 불복에 소극적 대응
2011-10-28 kukse
국세청이 ‘중점 세정추진과제’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차단’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구체적 실행이 진행될수록 개선요구와 현실적 부족함이 점증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1월 18일 국세청 차장 직속으로 ‘역외탈세 추적 전담센터’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으로 불을 댕긴 국세청의 역외탈세와의 전쟁은 이현동 국세청장의 강력한 의지 속에 지속적인 탄력을 붙여 나가고 있다. 국세청의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세정을 점검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찾아 본다. /편집자 주
역외탈세에 대해 국세청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다양한 대응을 추진하면서 상당한 성과도 거양했지만 나름대로 많은 과제도 확인하고 있다.
조세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손보기가 어려운 분야로 인식됐던 역외탈세는 그동안 혐의가 강하게 갔지만 구체적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행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물론 국세청의 지금 상황도 역외탈세에 정교하게 대응하기에는 시스템상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은 완전한 초보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국세청은 그동안 해외로 빠져 나간 역외탈세에 대해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면서도 시스템 미비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면이 있었고, 완벽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소 ‘급하게’ 뛰어든 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절실한 문제였고, 실무적으로는 풀기 어려운 난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국세청은 제도개선 추진과 함께 세정차원에서 풀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해 나가고 있다. 제도개선의 경우 시간소요가 불가피한 면이 있어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등 세정대응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역외 금융계좌 및 해외자산 파악 관련 법령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역외탈세행위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적극적인 조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조세정보교환협정(TIEAs) 체결 지원을 비롯해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 가입, 국제거래세원통합분석시스템(ICAS) 개발, 국제금융자문역 영입 등 역외탈세추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이들 인프라를 보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상설조직으로 전환하는 등 조직보완도 서두르고 있다.
또한 역외탈세 정보수집을 위한 근본적 대책의 일환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도입했고 ‘해외정보수집요원파견제’ 신설 등 제도적 장치의 보완을 적극 추진해 오고 있다.
국세청은 특히 지능적이고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역외소득 탈루행위가 소중한 국부를 유출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성실한 납세자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일으킨다고 판단, 향후 역외탈루 행위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조세범처벌법을 예외없이 엄격하게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한편 국세청은 역외탈세 세무조사를 통해 다양한 탈세수법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과세해 나가고 있다. 이 중 다양한 역외탈세 방법을 확인한 것은 큰 수확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그동안 반복 확인돼 왔던 해외투자 또는 해외 관계회사와의 국제거래를 매개로 한 기업자금 유출 및 사주 비자금 조성·은닉 유형 뿐 아니라 비거주자·외국법인 위장을 통한 탈루소득의 조세피난처 은닉, 해외예금 이자소득 및 해외주식 양도소득 신고누락 등 다양한 역외탈세 유형을 확인한 것은 성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역외탈세 수법 중에서도 비거주자·외국법인으로 위장한 사례는 대한민국의 과세권을 원천적으로 벗어나는 행위는 물론 전 세계 어느 국가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려는 대담한 탈세 시도로 인식되고 있다.
역외탈세 조사결과 이들이 사용한 수법도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다.
허위계약서 작성은 물론 사실관계 은폐를 비롯해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다단계 출자구조, 해외에서 주식 명의신탁, 해외계좌 리베이트 우회수취, 대리점 계약에 의한 실질사업자 위장 등 매우 치밀하고 지능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역외탈세 관련 납세자는 이러한 대규모 역외탈루와 전 세계에서의 무납부를 핵심적 경쟁 우위수단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행위는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내년 역외탈세에 대한 세무조사는 더 강력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아쉬운 점은 있지만 역외탈세 관련 국세청 예산이 약 20억원 정도 증액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제거래를 이용한 해외재산 은닉 조사 등 국세청의 내년 역외탈세 관련 세무조사는 훨씬 강력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따르면 역외탈세 예산은 올해 58억원에서 내년에는 20억원이 늘어난 78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일부 변동될 수 있지만 크게 삭감되지는 않을 전망인데 국세청의 예산 증액은 최근 역외거래를 이용해 조직적으로 탈세에 나서는 사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번 예산증액이 갖는 의미는 이런 역외탈세에 대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을 늘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증액된 예산으로 10여 개국에 나가 있는 해외세정연구관 활동을 활성화시켜 나갈 예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각국 세정당국이 역외탈세 조사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증액 편성된 예산이 확정되면 역외탈세 세무조사는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예산 증액의 경우 아쉬움이 남는다는게 국세청의 시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 세무조사나 관련 정보수집은 일반 조사와 세원정보 수집과는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내년 국세청 예산 중 역외탈세 관련 분야 예산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국세청이 원했던 역외탈세 조사를 위한 특수활동비는 역시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세청 내년 예산에서는 올해처럼 특수활동비는 빠졌고 해외체류경비와 정보활동비에 20억원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첨부할 필요가 없는 경비로 역외탈세 정보수집 활성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예산으로 국세청은 분류하고 있다. 해외은행 계좌에 있는 한국인 거래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매입 증거 없이 기밀자료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이처럼 역외탈세 분야 세무조사에 적극 나서고 있고, 실제로 상당한 조사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그림자 역시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완전한 체계와 관련 제도,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고군분투하며 세무조사와 과세에 나서고 있지만 반발 또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역외탈세에 대한 이의 또는 이견의 경우 상황이 워낙 복잡한데다 상대방 대응논리가 치밀하고 정교해 국세청이 곤혹스러운 경우가 상당한 것이 현실이다. 단순 국내기업의 활동과 거래에 대한 과세와는 차원이 다른 것.
실제로 국세청이 마음먹고 대형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발표한 내용 중에는 상당수가 불복절차를 밟고 있으며 결과는 장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세법과 해당국 법률은 물론 국제조세 관련 규정, 협약, 조약 등 다양한 규정이 적용되는데다 거래와 소득발생 자체가 일반적인 내용과는 다른 경우가 많아 국세청 시각으로 과세를 해도 변수가 상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역외탈세의 경우 국세청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제도개선 및 보완, 예산지원, 국제적 협력·공조 강화 등 전반적인 지원과 개선이 적극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조세피난처 [租稅避難處, tax haven]
법인 실제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
법인 실제 발생소득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그 법인의 부담세액이 실제 발생소득의 15/100 이하인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즉 법인세·개인소득세에 대해 전혀 원천징수를 하지 않거나, 과세를 하더라도 아주 낮은 세금을 적용함으로써 세제상의 특혜를 부여하는 장소를 가리킨다.
조세피난처는 세제상의 우대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의 규제가 적고, 기업 경영상의 장애요인이 거의 없음은 물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기 때문에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 거래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는 바하마·버뮤다제도 등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법인세 등이 완전 면제된다.
보통 완전조세회피 무세지역인 택스 파라다이스(tax paradise), 국외소득 면세국인 택스 셸터(tax shelter), 특정 법인 또는 사업소득 면세국인 택스 리조트(tax resort)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말레이시아의 라부안섬이 주요 조세피난처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