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장선거 후유증 조속한 치유를
[기자의 시각]정영철 편집부국장
2011-03-16 33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쉽게 휩쓸어버리는 허망한 동영상이었습니다.
이번 지진은 지구의 축을 2.5cm나 기울게 했다고 합니다. 인간문명 전체의 한계와 그 임계점을 드러낸 것이죠. 인간의 문명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세계인을 감동시킨 시민의식
검은 파도가 덮칠 때 정쟁을 멈추는 일본 정치인을 보았습니다. 전후 처음으로 도쿄 전력이 제한송전을 하게 되자 시민들은 일제히 자기집 전선 플러그를 뽑았습니다. 피해지역에 우선적으로 송전하도록 하는 배려에서죠.
‘3.11 대지진’에서 일본인이 보여준 배려와 시민의식에 세계가 감탄하고 있습니다. 외신들은 일본의 인내와 질서를 “인류정신의 진화”라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다리를 다친 피해주민은 구조대가 도착하자 미안해하며 “나보다 더 급한 환자가 없느냐”며 물었습니다.
생필품이 부족해도 약탈이 없고 수퍼마켓 앞에서는 수백m의 줄이 이어졌지만 새치기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남을 헐뜯던 인터넷은 사람을 찾고 돕는 생존의 게시판으로 바뀌고 트위터는 자기들만의 대화가 아닌 이재민을 돕는 생명의 소리로 변했습니다.
독도분규로 등을 돌렸던 한국인도, 센카쿠열도의 영토분쟁으로 총구를 맞댔던 중국인들도 일본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상호공존의 새로운 문화탄생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새로운 문명의 질서는 독립도, 예속된 의존관계도 아닌 상호의존관계의 생명공동체적 시스템에서 탄생될 것입니다.
일본 열도의 대지진은 태평양연안 모든 나라에 쓰나미의 위험을 불렀듯이 그 충격파는 또 다른 바이오필리아(Biophilia 생명애)의 공감과 협력의 지혜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30년전 도쿄 여행에서 일본인의 시민의식이 높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배탈이 나 한 안경점에 들려 30대 점원에게 약국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초행길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렇다고 하자 약국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나의 손을 잡고 150여 m 떨어진 골목길 어귀에 있는 약국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질서는 출퇴근 러시아워 때의 도쿄 교통문화였습니다.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 서 굼벵이 서행을 하고 있는데도 끼어들기 하는 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이번에도 도로가 망가져 차가 다니지 않는 센다이 도로에서 시민들이 파란신호를 기다렸다가 길을 건너고 있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가르치는 修身교육
이렇게 일본의 시민의식이 세계를 놀라게 하는 근원은 어머니의 가정교육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을 배우면서 차례와 순서를 뜻하는 ‘준번(順番)’과 남에게 폐(메이와쿠)를 끼치지 말라는 가정교육이 시작됩니다. 즉, 남을 배려하고 자신을 절제하는 수신(修身)문화가 자라면서 뿌리잡고 있으니 절정의 절망속에서도 울음을 절제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로 인식했던 일본과 한국이 하나의 공동체라는 것을 각인시켜 더 가까운 나라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보았던 일본 쓰나미의 동영상을 리와인드해서 살펴보면 자연 앞에서 인간의 나약함과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갈등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이상의 글은 이어령 초대문화부장장관의 글을 인용했음을 밝혀둔다)
화해의 손 내밀어 함께 나아가야
생뚱맞은 생각이라고 여기면서 한국세무사회 제27대 회장선거의 후유증도 일본인의 배려 정신을 닮았으면 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는 말이 있지요. 선거기간 동안 승리에 집착하다보면 고의적인 액션이 아니더라도 상대후보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게 됩니다.
회장선거 과정에서 발생된 일체의 불편한 관계를 흘러 보내고 신명나고 희망찬 한국세무사회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정구정 당선자는 15일 회장 인수위원회를 구성해 업무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선거의 후유증을 세무사회장 집무실로 끌어 들여서는 안 되고 회장의 업무시간을 후유증 수습에 빼앗겨도 안 됩니다.
제27대 집행부가 구성되기 전 모두 떨쳐내야 합니다.
당선자는 당선자답게 배려의 손을 내 밀어야 하고 불편한 관계자는 승자의 손을 잡고 1만명 시대의 세무사회의 꿈을 실현해야 합니다. 공동체 시스템을 본격가동해도 모자랄 판에 네편 내편 갈라서면 대화합에 어려움이 따릅니다. 분열은 공감과 협력의 장애요인으로 서로가 공멸하는 단초가 됩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 화해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마저 놓치게 됩니다. 정영철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