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政칼럼] “국세청 참 많이 변한다”
- 鄭昌泳 (본지 편집국장) -
2009-12-03 33
어려운 과제를 풀어 나가는 국세청의 능력은 많은 부분에서 인정받았던 대표적 전통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많은 곁가지들로 상처를 입었지만 국세청은 그동안 세정 본연의 업무는 물론이고 국정에서 중요한 일을 맡아 차질 없이 수행해 내는 능력 있는 ‘우수한 기관’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어려운 문제를 부여해도 그렇고, 난관이 첩첩한 일도 차분하게 매듭을 풀어가며 반드시 결론을 내는 유능함을 보였던 것이 국세청 업무 스타일이자 자랑이었다. 비록 헌법 불합치 내지 위헌 결정을 받은 대증세법도 일단 시행단계에서는 국세청이 실무 면에서는 차질없이 수행해 냈고, 계획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꼼꼼하게 진행해 완성된 행정으로 일단 결론을 냈었다.
비록 그것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2만여 국세공무원 조직으로 구성된 국세청이 안정감 있게 실무를 추진해 왔다는 의미다. 국세청은 전통적으로 이런 능력과 추진력을 갖고 있는 조직이었으며 그동안 자타가 공인했을 정도로 성가도 날렸다.
Ⅱ
그렇다면 이처럼 실무를 탁월하게 처리해 내는 국세청의 능력을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당장 지난 5월만 하더라도 일선세무서에 내리 닥친 이른바 ‘빅3’업무로 밤을 하얗게 지새며 매끄럽게 처리해내는 국세청을 두고 주변에서는 ‘국세청 능력의 원천’에 대해 부러움 섞인 궁금증을 나타냈었다. 당시 국세청 상황은 대형 폭풍을 맞았었고, 국세청장 자리마저 공석인 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국세행정 경험이 풍부한 고참들은 거침없이 ‘전통’을 내세우고 있다. 국세청과 인연을 맺고 일을 배우면서부터 몸에 베일 정도로 일에 대한 사명감을 익혔다고 말한다. 일단 조직에게 부여된 임무는 말 그대로 ‘몸 바쳐’ 수행해 내는 강력한 사명감과 추진력을 전수받았으며, 이것을 ‘일’로 생각하며 공직에 임했다는 말도 빠트리지 않는다. ‘비록 지금 자신은 여기까지지만 그 옛날 선배들은 훨씬 엄청났다’는 무용담 내지 전설도 잊지 않는 예가 많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국세청의 능력이나 힘이라는 것이 내용을 들여다보면 철저한 공직자로서의 사명감이 답이었다는 결론이다.
이 사명감이 밤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며 아이디어를 낸다는 것이다. 이 사명감이 전통을 이뤄 온 선배를 존경하게 했으며, 선배는 휴일 반납하며 밤을 새는 후배를 위해 ‘통닭’을 사들고 사무실을 찾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일선세무서가 땀으로 가득했던 시절, 당시 이현동 서울국세청장은 현장으로 직접 통닭을 나르며 하나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 물 간 이야기 같지만 통닭이니 불고기니 하는 것들의 정감이 아직도 세정가에는 사명감의 이름과 함께 진한 자긍심과 일체감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Ⅲ
국세청을 정치적 이슈의 한 가운데로 끌고 들어간 이른바 안원구 국장 사건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이 사건을 접하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세정가 정서를 관점으로 이 문제를 볼 때 ‘혹’으로 남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아울러 우리 세정가 정서의 흐름을 부정적으로 바꿔 놓은 사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은 확실히 세정가 정서에서 일종의 ‘절연(絶緣)’을 읽게 하고 있다.
앞선 국세청의 전통과 세정가 정서의 자부심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며, 적어도 위태위태하던 국세청 전통과 정서에 일대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됐다.
솔직히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정상곤 전 국장 사건이 표면화 됐을 때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세정가의 반응이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무리 자신의 입장에서 붙는 일이었지만 적어도 국세청 조직에 대한 미안함과 부담은 상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훌륭한 전통과 면면히 이어져 오는 정서를 훼손하는데 대한 고뇌 역시 적지 않았던 것으로 들었다.
자신의 인사문제를 위해 동료·선후배 가리지 않고 의도적 전화녹취를 밥 먹듯 실행하고, 증거로 쓰기위한 녹취를 자신의 이익으로 유도하기 위해 기를 쓰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시도가 이뤄진 것과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국세청을 엉뚱한 정치의 중심으로 밀어 넣은, 안원구 국장이 자신의 입장만을 위해 세상에 넘긴 문건은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국세청 전통과 정서를 완전히 배제한 것으로 그것의 증거능력 여부를 떠나 우리 세정가는 자부심과 자긍심에 큰 충격을 받은 것만은 분명하다. 말 꺼내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일단 일과성 사건으로 분류되겠지만…. 어쩌다 국세청이 참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