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공정거래위 결산
경제민주화, 사회의제 선점 공정위 비중 커져
2013 국민적 공분 부른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甲의 횡포’
올 한해 가장 관심이 집중됐고, 관심이 집중된 만큼 무거운 의무를 지울 수밖에 없었던 정부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다.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의제를 섭렵하고, 이를 정면에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연히 관련 업무가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 만큼 우리사회의 큰 전환점을 만드는 굵직굵직한 사건 및 해결 법안들이 쏟아졌다.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대규모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 된 것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커지고 넓어졌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한해 공정거래위원회 5대 사건을 돌아본다. /편집자 주
1. 거래상 지위 남용 전환점 마련
‘甲중의 甲’ 남양유업 사태
올 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장 큰 뉴스는 남양유업 사태 외에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의결에 따른 집행이다. 그 중에서도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이른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 ‘甲질’들의 다양한 행태였다. 남양유업, 아모레퍼시픽, 대형유통마트의 납품업체 쥐어짜기 등 ‘갑의 횡포’는 끝 간 곳이 없었다.
남양유업의 심각한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른 바 우리 사회의 ‘甲’으로 대표되는 거래상 우위를 선점한 대기업 집단 등의 거래상 지위 남용 문제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됐다.
남양유업 사태는 지나 5월 3일 영업직원과 대리점주가 3년 전에 나눈 대화 녹취 파일이 유튜브에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후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폭언과 밀어내기 등 불공정 거래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이에 소비자들도 남양유업에 등을 돌리면서 남양유업의 대형마트 매출이 30%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주가는 5월 초만 해도 117만원을 기록했지만,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 때는 25%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사태가 촉발 된 후 5일 동안 시가 총액이 무려 1224억원이 줄었다.
이후 남양유업은 사건 발생 7일만인 5월 9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간 500억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발표하고, 밀어내기에 대해서는 공동목표 수립제와 반송 시스템 구축을 통한 밀어내기 관행 원천 금지 계획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또 남양유업과 피해 대리점주들은 협상을 통해 피해보상 기구를 설치하고 실질 피해액 산정과 보상, 불공정 거래 행위 원천 차단과 상생위원회 설치, 대리점 영업권 회복 등에 합의하며 남양유업 사태는 일단락 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남양유업의 대리점 밀어내기 사실을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34억원을 부과했다. 통상 불공정 거래 신고 사건과 비교해 제재 수위가 높았다. 남양유업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위법 행위 관여한 임직원을 추가로 고발하기로 했다. 또한 남양유업 뿐 아니라 서울우유·매일유업·한국야쿠르트 등 유통업계의 거래 행태 조사에 들어갔다. 이 밖에도 아모레퍼시픽, ㈜토니모리 등 갑의 횡포를 일삼는 기업들의 백태가 사회 전반에 알려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러한 남양유업 사태를 시작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바로 잡고자 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정치권도 남양유업 사태 이후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한 법안 본격 논의를 통해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제정안과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 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금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 마련
또 하나의 공정거래위원회 성과로 꼽는 것 중 하나가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 7월 2일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개정안에 신설된 법안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 규정으로 재벌총수 본인이나 친족의 사익 편취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재벌 규제 방안은 공정거래법 5장에 관련 내용을 신설하였다. 이번 법안 개정을 통해 부당한 거래 등을 통해 이득을 얻은 수혜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또 총수일가가 부당한 거래 등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경우에도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이 일가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증여세로 봐야 한다는 엇갈린 목소리가 엄존하고 있다.
3.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공정거래법 개정안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 통과
재계와 여,야간 의견대립이 가장 심했던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 막바지인 12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것 또한 경제민주화의 한 획을 긋는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회의를 열고 대기업 집단계열사 간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하고 정무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통상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법안은 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부분 원안대로 의결되기 때문에 본회의 일정에 변동이 없는 한 사실상 올해 안에 법안이 처리 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합계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출자총액제한대상)에 대해 계열사끼리의 신규순환출자 금지, 순환출자를 통한 재벌의 지배력 확장을 제한한다.
다만, 개정안은 기업의 인수·합병이나 증자, 구조조정 등 불가피한 사유로 형성되는 신규순환출자는 예외를 적용해 인정하도록 했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채권단의 합의가 있는 경우 등도 예외로 인정했다.
4. 공정위가 뽑은 최고의 사건
‘네이버’와 ‘다음’의 동의의결제 적용
올해 공정위의 사건으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포탈 괴물’이라 불리는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건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정위의 동의의결제가 적용된 최초의 사례다. 동의의결이란 사업자가 원상회복 또는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는 12월 5일부터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업체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왔다. 당초 네이버와 다음은 수백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원회의에서 동의의결 개시 결정되면서 일단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공정위 자체에서도 이 사건을 통해 온라인 혁신시장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과 포털분야 조사과정에서 체득한 조사기법과 증거확보방법으로 직원들의 조사능력 향상에 기여한 점 등에서 올해 최고의 사건으로 선정했다.
5. 승용차·트럭 담합 사건
과징금 최고액 부과
올해 공정위의 가장 큰 사건으로는 담합적발 건을 빼 놓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과징금이 부과된 승용차와 트럭의 담합사건을 빼 놓고 올해 공정위 사건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
지난 7월 말 공정위는 현대자동차 등 국내외 대형화물차 판매업체들이 10년간 서로 판매가격과 가격 인상시기 등을 조율하며 가격을 담합해온 사실을 적발해 11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법인 7곳 모두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공정위에 담합사실이 적발된 업체는 현대자동차와 타타대우쌍용차, 스카니아코리아, 볼보그룹코리아 등 7곳이다.
또 공정위는 12월 23일 현대·기아자동차 발주 자동차계량장치 및 와이퍼시스템 입찰건에 대해 낙찰예정자를 미리 합의하고 이를 시행한 5개 자동차부품업체에 대해 총 1146억원의 과징금과 함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가 2008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발주한 총 21개 미터 입찰건과 2008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발주한 총 6개 와이퍼 입찰건에 대해 담합이 이뤄졌다.
담합에 참가한 업체는 미터담합에 덴소 그룹의 덴소코퍼레이션, 덴소코리아일렉트로닉스, 콘티넨탈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와 와이퍼 담합에 덴소코퍼레이션, 덴소코리아오토모티브, 보쉬전장 등 일본과 독일의 자동차 업체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총 1146억 8000만원의 과징금과 함께 위반행위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상 5개 사건 외에도 올해의 공정위 사건으로 롯데인천개발이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터미널 부지를 매입키로 한 계약 관련, 경쟁제한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돼 공정위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것과 대우조선해양이 89개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인하한 행위에 대해 하도급 제재 사상 최대인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롯데의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인수가 인천·부천지역 백화점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면밀하게 심사해 2개 점포매각 등 구조적 시정조치 부과를 이끌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