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칼럼] 시의적절한 ‘공제·감면제도 악용한 조세회피행위 엄정 대응’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세금환급 플랫폼을 활용한 소득세 환급 신청 급증으로 납세자들이 소득세를 많이 냈다며 경정청구를 해서 돌려받은 환급세액이 최근 1년 새 두 배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소득세 경정청구에 따른 환급금은 2022년 3539억원에서 2023년에는 7090억원으로 2배가 늘었고, 종합소득세 경정청구 건수도 같은 기간 37만 3000건에서 58만 7,000건으로 53.2%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종합소득세에 대한 경정청구 건수가 이미 지난해 수준을 훨씬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법인세 경정청구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2023년의 법인세 관련 경정청구 건수는 6만 3423건으로 1년 전인 2022년의 3만 5251건에 비해 무려 80%나 증가했고, 법인세 경정청구에 따른 환급금도 같은 기간 1조 8308억원에서 2조 9779억원으로 63% 정도나 늘었다고 한다.
납세자가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초과하여 신고했거나 세법에 따라 신고해야 할 결손금액이나 환급세액에 미치지 못하게 신고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경정청구를 하는 것은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환급세액에 대한 수수료를 받을 요량으로 요건이 되지 않는데도 경정청구를 유도하는 일부 플랫폼 기업들의 행태로 인해, 이를 검토하고 결정해야 하는 과세당국의 업무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제대로 된 요건 검토 없이 환급이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지난 7월에 열렸던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었는데,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정청구 건수가 대폭 늘고 있다는 국세청 자료를 제시하면서 “세무플랫폼의 문제점은 개인정보 문제, 불성실신고와 탈세 가능성, 세무행정에 대한 불신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세청장 후보자는 “국세청이 못했던 서비스를 민간에서 하니 국세청도 민간 수준으로 서비스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있는 반면, 세무플랫폼 기업에 의한 허위광고가 많고 정확한 검토를 안 하다 보니 세무사 등 전문가가 하는 것보다 환급세액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때마침 국세청은 지난 11월 7자로 ‘공제·감면제도 악용한 조세회피행위 엄정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국세청은 이 자료에서 각종 공제·감면 등 세제혜택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공제·감면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의 일탈행위가 성실납세하고 있는 대다수 납세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어 앞으로 더욱 엄정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밝힌 공제·감면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행위 유형은 크게, 주소세탁을 통한 부당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불법 R&D 브로커를 통한 연구인력개발비 부당 세액공제, 가짜 근로계약서 제출을 통한 부당 고용증대세액공제 등이다.
이 중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경정청구와 주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부당 고용증대세액공제와 관련해 국세청은 “최근 수수료만 챙기는 데 급급한 세무대리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가 급증하고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가 제출되고 있어 부당한 환급을 막기 위한 국세청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폐업 등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감소하였거나 배제 업종을 영위하면서 공제를 신청한 기업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세무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요건에 맞는 정확한 자료를 제출하고 납세자에게 고용유지 의무를 안내하도록 요청하여 잘못된 신청에 따른 일선 직원들의 불필요한 업무부담을 감소시켜 나가면서 아울러, 세무대리인이 허위 근로계약서를 제출해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 세무사법 위반으로 징계위원회에 상정하여 징계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 제4항에서는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형사소송법 제275조의2에서도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피고인의 무죄추정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상의 형사피고인에 대한 무죄추정원칙과 비슷하게 국세기본법에서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원칙을 규정하고 있는데, 현행 국세기본법 제81조의3에서 납세자에게 법에서 정하고 있는 수시 세무조사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납세자는 성실하며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 등은 진실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이 배제되는 수시 세무조사 사유를 보면, ‘납세자가 세법에서 정하는 신고 및 성실신고확인서의 제출과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의 작성ㆍ교부ㆍ제출 및 지급명세서의 작성·제출 등의 납세협력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무자료거래와 위장·가공거래 등 거래내용이 사실과 다른 혐의가 있는 경우’, ‘납세자에 대한 구체적인 탈세제보가 있는 경우’, ‘신고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에게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제공하거나 금품제공을 알선한 경우’ 등이 있다.
이처럼 국세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는 납세자의 성실성 추정을 배제할만한 사유가 없는 한 납세자의 성실성과 제출 서류의 진실성은 추정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세무플랫폼 기업과 일부 세무법인 등이 세금을 환급받게 해주겠다면서 실제로 환급받을 것이 없는 국민들에게까지 무차별적인 광고를 하면서, 소득세에 대한 경정청구 건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성실납세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묻지마 식 경정청구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고 의도적으로 부당환급을 신청한 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어 왔다.
세무플랫폼을 통해 세금을 신고하거나 경정청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 불성실하거나 부실한 신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확한 사실 관계의 확인이나 검토과정을 생략한 채 플랫폼에서 기계화되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신고를 하게 되면서 성실신고가 되지 않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세기본법에서 천명하고 있듯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납세자의 성실성과 제출 서류의 진실성은 추정되어야만 하지만, 대량의 건수를 제대로 된 검토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신고해서 행정력을 마비시키고 또한 꼼꼼하고 성실하게 신고한 납세자보다 허술하게 환급이 이루어진다면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것이고 이로 인해 성실납세기반도 무너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국세청의 공제·감면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안은 성실납세기반조성을 위해서도 시의적절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정청구에 의한 세금 환급이 늘어나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세무플랫폼 기업과 일부 세무법인 등의 공격적인 마켓팅과 함께 저소득 인적용역 소득자들에 대한 과다 원천징수, 적용요건에 대한 판단이 까다로운 통합고용세액공제와 고용증대세액공제 등의 복잡성 등 제도적인 요인들도 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부당 공제·감면에 대한 국세청의 엄정 대응 못지않게 세무플랫폼 기업에 대한 적법절차 준수 지도나 원천징수세율의 조정, 납세자가 쉽게 적용할 수 있게 공제·감면제도를 단순화하는 등의 제도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 현)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한경협(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