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대부분 해외매출 처리...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법인세 회피 의혹
넷플릭스는 조세 불복 소송 중…'디지털세' 등 글로벌 제재 움직임 전성민·강형구 교수, 해외 빅테크 기업 매출액·법인세 추정 보고서
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다국적 기업들이 매출 축소와 원가율 부풀리기 등으로 국내에서 법인세 등 조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세학계에서도 이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게 추산돼 낮은 법인세를 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작성한 '해외 빅테크 기업 한국 법인의 매출액 및 법인세 2023년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감사보고서 기준 3천653억원,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보고서는 광고·앱마켓 수수료 등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의 추정치를 모두 합한 금액은 약 12조1천35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 경우 구글코리아에 부과해야 할 실제 법인세는 최대 5천18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같은 기간 매출 9조6천706억원을 기록한 네이버가 법인세 4천964억원을 부과받은 점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 작년 구글코리아의 법인세 비중은 매우 적다.
구글은 국내 검색· 앱마켓 시장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 못지않은 위치를 점하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구글은 2014∼2019년 국내 안드로이드 앱마켓 시장에서 80∼95%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국내 웹 검색 시장에서도 지난 2일 기준 점유율이 34.03%로, 네이버(59.44%) 다음으로 높은 것으로 웹로그 분석 사이트 인터넷트렌드 조사 결과 집계됐다.
이 같은 괴리는 빅테크가 수익 대부분을 해외 법인의 매출로 처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구글은 앱마켓에서 발생한 매출을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법인 '구글아시아퍼시픽'에 귀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당국의 세금 부과에 법적 분쟁에 나서는 빅테크도 있다. 넷플릭스코리아는 2021년 국세청으로부터 조세 회피 혐의로 800억원의 세금을 부과 받은 뒤 이에 불복해 780억원 규모의 조세 불복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세금 축소와 관련해서는 올 국정감사에서도 이슈로 부각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재정부 등 종합감사에서 구글·애플 등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 행태를 질타하며 정부에 디지털세 도입을 조속히 앞당기고 도입 전이라도 조세회피 행태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 의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2023년 국내 통신망 사용 비중이 28.6%로 국내 IT기업인 네이버, 카카오와 비교해 10배 이상 높았다.
사용 비중별로 보면 ▲구글 28.6%, ▲넷플릭스 5.5%, ▲메타플랫폼(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4.3%, ▲네이버 1.7%, ▲카카오 1.1% 순이었다. 통신망 사용 비중이 많다는 것은 이용자가 많고, 사용자들의 접속량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구글코리아가 신고한 매출은 국내 IT기업들의 3~5%에 불과했다. 구글코리아의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은 3,448억원, 2023년 매출은 3,652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각각 277억원, 233억원이었다. 이에 따른 법인세도 각각 155억원, 169억원으로 나타났다.
통신망 사용비중이 구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네이버, 카카오의 실적을 보면 네이버가 2022년 8조 2,201억원, 2023년 9조 6,7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각각 6조 7,987억원, 7조 5,570억원의 매출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법인세도 2023년 네이버는 4,963억원, 카카오는 1,684억원을 납부했다. 구글에 비해 네이버는 약 30배, 카카오는 약 10배의 법인세를 낸 것이다.
또한 애플코리아는 매출 대비 원가비율을 높여 영업이익을 축소한 의혹이 있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애플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을 보면 ▲2020년 95.1%, ▲2021년 95.5%, ▲2022년 95.3%, ▲2023년 88.8%로 나타났다. 2022년까지 매출원가율을 95%선에 맞춰오다 지난해 조세회피 논란이 거세지자, 원가율을 88.8%까지 하향 조정했다.
빅테크 기업의 행위를 감시하지 않을 경우 조세 형평성과 국내 인프라 무임승차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세' 등 빅테크의 불공정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글로벌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디지털세는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빅테크 기업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빅테크의 지배적 지위를 통해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 시장법(DMA)도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다.
해당 법은 빅테크가 경쟁사로 하여금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디지털세 등에 대한 글로벌 합의가 필요하고,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돼 보다 장기적인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