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의원, 암묵적 관행일까… 개인형 MMF 수익률, 법인형 40bp나 밑돌기도

2024-10-18     이춘규 기자
김현정

개인형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법인형 MMF의 수익률을 지속해서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계열 운용사가 굴리는 MMF의 경우 법인형 수익률이 개인형을 40bp까지 웃돌기도 했다. 채권시장에선 법인형 MMF에 수익률을 밀어주는 관행이 반영된 평가가 제기된다. 비슷한 상품에 투자해도 개인은 법인 대비 손실을 보는 셈이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법인형 MMF의 지난 10여년간 보수 차감 후 수익률은 개인형 MMF 수익률을 40bp 넘게 웃돌았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 8월31일까지 기간 설정 원본 1조 원 이상의 공모펀드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다.

법인형과 개인형 MMF의 총수수료를 더해 보수 차감 전 수익률을 추산해도 법인형 MMF의 수익률이 더 높게 나왔다. 통상 개인형 MMF의 보수는 법인형보다 높다. 이 기간 보수 차감 전 평균 수익률(추정)은 개인형 MMF의 경우 1.954%였으나 법인형 MMF는 2.036%로, 8bp가량 높았다. 10여년간 법인형 MMF 수익률은 한 해도 빠짐없이 개인형을 웃돌았다.

지난 2014년 3bp 수준이었던 두 유형의 보수 차감 전 수익률 차이는 점차 더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가파른 금리 인상에 단기 금리가 급등했던 지난 2022~2023년 두 유형의 수익률 격차는 20bp 수준으로 더 크게 벌어졌다. 법인형 MMF 시장에서 자금 유출입 변동성이 더 컸음에도 이 유형의 수익률이 훨씬 높은 기현상이 펼쳐진 셈이다.

만기가 짧고 편입 대상 종목이 한정적인 점을 고려할 때 10년여간 수익률이 한쪽으로 계속 높게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개인형과 법인형 대부분 같은 인력이 운용한다. 수익률 차이 원인을 두고 법인형 MMF의 신종형 비중이 더 클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통상 신종형은 위험자산을 더 담아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법인 신종형 MMF 유형은 2018년 카타르 ABCP, 2022년 강원도개발공사발(發) ABCP, 랩·신탁 출금 사태를 거쳐 시장 규모가 급속히 위축된 상황"이라며 "일부 은행계열 자산운용사 외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신종형 법인 MMF를 아예 운용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가 굴리는 MMF를 신종형으로 한정해서 비교하면 수익률 차이는 더 확연하다.

법인형 신종 MMF의 1년 수익률은 신종인 개인형 MMF의 수익률을 40bp 수준 웃돌았다. 보수 차감 전 수익률을 추정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수익률 차이가 법인형 MMF에 더 유리한 자산을 몰아주는 관행이 반영된 결과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법인형 MMF의 경우 최소 가입 금액이 50억 이상, 개별 법인이 백억에서 천억 원 이상의 단위로 자금을 움직이기 때문에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기관들의 채권형펀드 집행이 줄고 일부 대형사 ETF 위주로만 채권형 펀드시장이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MMF 수탁고가 운용사 수익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반면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통해 유입되는 개인 고객들은 수익률에 따른 민감도가 높지 않다. 거래 은행 등 금융회사가 추천하는 곳에 돈을 잠시 넣어두는 셈이다. 이 때문에 운용 실무자들이 법인형 MMF 수익률 관리에 집중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형은 법인형 MMF 대비 상대적으로 소외된다는 이야기다. 개인형 MMF가 법인형 MMF 수익률 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한 채권시장의 실무자는 "MMF 운용사 중 개인형 MMF 규모가 큰 대형사와 법인형만 운용하는 중소형사 간의 보이지 않는 운용상 차이에 대해 암암리에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고 말했다. 대규모 개인형 MMF가 있을 경우 법인형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법인형 MMF에 수익률을 몰아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으론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MMF 전문가는 "매니저는 직감적으로 채권을 사면 (가격 등 측면에서) 좋은 자산인지 안다"며 "'사전자산배분' 제도가 있어서 매수 전 어느 펀드에 편입할지를 정해야 하지만, 텔레그램 등으로 따로 얘기해놓고 공식화한 메신저를 통해 거래를 확정하는 경우 등이 빈번하다"고 귀띔했다.

김현정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개인형 MMF 수익률이 지속해 법인형 MMF에 비해 낮았다는 사실은 개인 투자자들이 차별받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자본시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문제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법인형 MMF에 더 유리한 자산이 배정된다는 의혹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러한 불공정한 관행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리·감독을 강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