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제고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지배구조 개선이 먼저"

한양대 이창민 교수, 감세 정책은 기업 가치 제고와 무관 "진정한 밸류업 위해서 상장회사 지배구조 규율부터 강화해야"

2024-07-09     이승겸 기자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도 한국 증시가 박스피, 저평가 국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밸류업 정책의 핵심은 기업의 체질 개선, 즉 기업지배구조 개선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9일 오전 7시 30분에 열리는 ‘민생경제와 혁신성장 포럼’ 주최 “기업 투명성 책임성 강화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표자료를 통해 한국의 밸류업 정책은 시작부터 잘못됐다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이야말로 자본시장 활성화의 첩경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 밸류업 정책의 본질은 2012년부터 시작된 기업지배구조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시장 자율만 강조하다가 최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을 언급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이후 2021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사법을 개정했을 뿐만 아니라 스튜어드십코드, 기업지배구조 코드 등 기업지배구조 관련 각종 가이드 라인을 제·개정했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지배구조개선은 되도록 하지 않고, 밸류업에 대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니 한국판 밸류업 정책에 추가로 자본시장 관련 각종 감세 정책이 들어갔다는 것이 이창민 교수의 분석이다. 일본의 밸류업에 감세 정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귤이 회수를 건너 탱자가 된 꼴이다. 

이창민 교수는 우리 기업의 진정한 밸류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장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규율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상장회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가 우리 자본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진 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평균보다 낮았다. 지배구조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과다 보수를 통한 사익 추구, 무분별한 확장과 계열사 이중상장을 통한 사익 추구가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후자의 경우 자본시장에 시스템 리스크까지 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과다 보수 문제 해결을 위한 세이온페이(Say on pay), 이사회 산하 보수위원회 활성화, 그리고 무분별한 확장 문제 해결을 위한 의무공개매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 상충 사안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 범위 확충 및 결의시 지배주주 의결권 제한, 자사주마법금지 등의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이창민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입법의 중요성과 함께 실행전략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주목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최근 1~2년 동안 일본의 주가 상승에는 일본 국민연금(GPIF)과 행동주의 펀드의 역할이 상당했다. 특히 GPIF는 행동주의펀드에 대해서 우호적이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 역시 행동주의 펀드를 주요 조력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제안하는데, 적극적 지배구조개선 활동은 수익률 개선은 물론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오전 7시 30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진행됐고, 이창민 교수 발표와 함께 김남근 의원이 지정토론자로 나서 “퇴직연금 기금화를 통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