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세수, 근로소득세만 나홀로 증가...국세비중 18% 넘어
법인세 등 전 세목 급감 속 근로소득세 62조1천억, 1년 전보다 1조7천억 증가 국세 대비 근소세 비중 2008년 9.3% → 2023년 18%로 2배 껑충 고용진 의원, “과세 속도 브레이크가 필요한 계층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27일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행한 가운데 직장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둔화와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1년 전(395.9조원)보다 51조8천억원(13.1%) 감소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세목은 법인세로 1년 전(103.6조원) 보다 23조2천억원(22.4%) 줄어들었다. 법인세는 경영실적을 토대로 신고·납부하는 신고분과 법인이 지급받는 이자·배당 소득 등에 대해 납부하는 원천분으로 나뉘는데 이 중 기업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신고 분은 1년 전(87조원) 대비 26조6천억원(30.6%) 감소했다.
법인세 다음으로 감소 규모가 두드러진 세목은 소득세 중 양도소득세다. 양도소득세는 1년 전(32조2천억원) 대비 14조6천억원 줄어들었고 전년동기 대비 45.3% 감소했다. 법인세 신고분과 양도소득세 등 2개 세목이 41조2천억원, 전체 세수감소의 80%를 차지한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23조7천억원으로 1년 전(26조원)보다 2조3천억원(8.8%) 감소했다.
부가세는 73조8천억원으로 1년 전(81조6천억원)보다 7조8천억원(9.6%) 줄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는 4조6천억원으로 1년 전(6조8천억원)보다 2조2천억원(32.4%) 감소했다. 2022년 통과시킨 종부세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종부세는 예산(5조7천억원) 대비로도 1조1천억원 덜 걷혔다.
이렇게 모든 세목이 줄줄이 줄었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만 늘었다. 직장인의 월급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는 62조1천억원으로 1년 전(60조4천억원)보다 1조7천억원 늘어났다. 경기악화와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종합소득세 등은 줄줄이 줄었지만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한 셈이다.
근로소득세는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인 2022년 6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59조1442억원으로 잡히지만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는 62조700억원으로 집계된다. 2조9300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가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에서 직장인에게 지급한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만큼 차감해 근로소득세를 집계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국세청에서 징수한 근로소득세를 통계로 잡는 것이 맞다. 지난해 근로·자녀장려금은 5조2300억원이 지급되었는데 이 중 근로소득세에서 2조9300억원, 종합소득세에서 2조3천억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6년 전인 2017년(35조1천억원) 대비 27조원(7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증가율(29.7%)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른 세목보다 근로소득세의 증가 폭이 월등하게 큰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2023년 18%를 넘게 됐다.
한편 올해부터는 법인세 등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이 본격적으로 세수에 반영된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작년 예산 대비 33조1천억원(8.3%) 감소한 367조4천억원으로 편성했다. 근로소득세는 작년 예산 대비 1조5천억원(2.4%) 늘어난 62조1천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로·자녀장려금 3조5천억원을 포함하면 정부는 올해 실제 근로소득세가 65조원 이상 걷힌다고 보는 셈이다. 반면 작년 기업실적 악화로 올해 법인세는 77조7천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22년 26.2%에서 올해는 21.1%로 감소하게 된다.
고용진 의원은 이에 대해 “경기악화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부가세 등 세수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증가했다”면서 “과세 속도에 정작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에서 대기업과 고액자산가 위주의 부자감세 정책이 추진되면서 대규모 세수펑크가 발생하고 경제는 망가졌다”면서 “지금은 부자감세가 아니라 고물가로 인해 하루하루 삶이 팍팍해져 가는 근로소득자들의 지갑을 두텁게 할 수 있도록 근로소득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