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 칼럼] 중고거래에 대한 과세방침을 보면서
십 수 년 전 호주에서 공부하면서 가끔씩 동네 곳곳에서 개러지 세일(Garage Sale)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개러지 세일은 일종의 벼룩시장 같은 것인데, 각 집에서 자신들에게 필요 없는 물건들을 차고 앞이나 앞마당 같은 곳에 널어놓고 싸게 파는 형태였다.
그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쓰던 중고물품들을 사고파는 게 흔한 일이 아니었기에, 호주에서 접한 개러지 세일은 일종의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던 느낌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호주에서 거주하기는 했어도 공부가 끝나면 다시 귀국하리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현지에서 집을 구하고 난 후 가전제품 등 일부 물품의 경우 신제품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가구 등 꽤 많은 물품들은 개러지 세일을 통해 구입해서 유용하게 쓰다가 나중에 처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개러지 세일을 통해 필요한 중고물품을 사고, 또한 필요하지 않게 된 물건을 되파는 과정을 보면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실용적으로 살아가는 호주인들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자연스러운 자원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 효과도 생각하게 됐다.
그 후 한국에 들어와서 아파트에 살면서 재활용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가구나 가전제품, 의류 등을 보면서 호주의 개러지 세일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다행히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웹싸이트를 통한 중고물품에 대한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는 듯해서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업성이 없는 개인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품목들은 중고품이 아닌 신품도 거래되고 거래금액도 큰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이 있다 보니 중고거래를 통한 현명한 소비와 함께 자원재활용을 통한 환경보호라는 의미가 퇴색되면서 세금회피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세청도 중고거래 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앞두고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거래자료를 취합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과세대상 재화나 용역을 판매하는 경우 10%의 부가세가 부과되지만 그동안 중고 물품의 개인 간 거래에 대해서는 세금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왔는데,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한 김창기 국세청장은 ‘중고거래에 대한 과세현황’에 대해 질문한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의 질의에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3분기 자료를 처음으로 받았다고 답변했다.
특히 중고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고가의 물품을 거래해도 과세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국세청은 사업자의 판매금액이 일정기준을 넘어서면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3조에서는 사업자와 재화를 수입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법 기본통칙 3-0-1 제1항에서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사업형태를 갖추고 계속적·반복적으로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자를 사업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기본통칙 제2항에서는 ‘사업자가 부가가치세가 과세되는 재화를 공급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의 사업자등록 여부 및 공급 시 부가가치세의 거래징수 여부에 불구하고 해당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개인이라도 부가가치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업자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부가가치세의 납세의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또한 개인의 소득세 대한 과세를 규정하고 있는 소득세법의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소득세 납세의무도 부담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이 소득세 과세대상을 일일이 세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소득원천설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개인에게 어떤 소득이 발생되었더라도 소득세법에서 과세대상소득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면 소득세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
현행 소득세법에서는 과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개인 소득의 종류를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분류해서 각 소득별로 1년 단위로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종합소득은 이자·배당·사업·근로·연금·기타소득 등 6가지의 소득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개인 물품들을 내다 팔아도 소득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세대상소득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소득세 납세의무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도 사업목적으로 중고물품을 포함한 물건들을 매매하는 경우 사업소득에 해당되어 소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결국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중고거래 중에 사업자가 사업목적으로 거래를 하는 게 있다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가 과세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동안 중고거래가 과세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었다면 앞으로 자료를 제대로 파악해서 과세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은 과세형평성 측면에서도 국세청의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마침 부가가치세법의 개정으로 중고·리셀 플랫폼 사업자들은 올해 3분기에 이뤄진 플랫폼 일부 이용자들의 판매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게 되므로, 이를 통해 국세청은 중고거래에 대한 과세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것으로 보여 진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법 개정으로 중고나라·당근·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과 네이버 크림·무신사 솔드아웃 등 리셀 플랫폼 등 60~70여개 사업자가 자료제출 대상이 된다고 한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고거래 및 리셀 시장에서 개인 간 거래를 위장해 사업자로서 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던 사업자들에게 적정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사업자로서 재화를 공급하는 경우 매출을 신고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사업자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물건을 팔고 매출에 대한 신고와 세금납부를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기 때문에 과세형평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다만, 체면과 형식을 중시해오던 우리사회의 분위기상 그동안 중고물품의 거래가 외국에 비해 활발하지 않았다가, 최근 들어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개인 간 중고거래가 활성화됨으로써 실용주의적인 분위기 확산과 자원재활용의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데 정부의 중고거래에 대한 과세방침으로 중고거래가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국세청에서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으면서 자료 제출기준을 대외비에 부쳤는데, 국세청의 입장은 자료 제출기준이 외부에 공개되면 판매건수나 금액 등의 조절을 통해 세금 부과를 피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하고 있지만, 세금부과 대상자들에게는 예측가능성이 없는 국세청의 과세편의주의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개인 간의 중고거래로 위장해서 실질적으로 사업자가 재화를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과세를 회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로 사업자가 아닌 개인의 판매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판매행위의 계속성과 반복성 판단의 오류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해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