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만능(一心萬能)

[稅政칼럼] 鄭昌泳(본지 편집국장)

2008-12-30     jcy
   
 
 
2008년을 보내며, 세정가에서…



우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었던 2008년을 대한민국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시간의 연속선 위에 있기에 비록 새로 맞기도 하지만 보내는 시간에 대한 평가가 자못 궁금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며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게 닥친 올 세계경제의 시련은 우리가 감내하기에는 한마디로 너무 아팠다. 사람과 기업이 쓰러지고, 이를 최소화하고 버텨내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차라리 ‘꿈이었으면…’의 바램으로 존재한다.

거친 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쳤지만, 그래서 세운 공(功)에 비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지만 우리 세정은 올해 일단 슬기롭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선 초유의 경제난 속에서 재정을 탄탄하게 뒷받침한 것은 무엇을 떠나 평가해야할 대목이다. 비록 난세였지만 국세청이 재원조달이라는 고유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한 것은 결실이다. 만약 올 상황에서 정부 재원마저 캄캄하고 바닥이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특히 국세청이 그동안 구축해 온 탄탄한 과세인프라를 바탕으로 비상시기에 과감하게 세무조사를 유보하고, 잠자는 세금을 찾아 주고, 유가환급금 업무까지 수행해 낸 것은 징세기관 차원을 넘어 국민 정서적 안정감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을만 하다.

이러한 기본적 역량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정부는 과감하게 감세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중력을 가질 수 있었고, 이는 탄탄한 세정 인프라가 정책에 용기를 준 의미도 담고 있다.



돌이켜 보면 국세청은 올해 정상적 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다. 새정부 출범이라는 근본적 변화의 시기에 지난해 연말 국세청 수장이 구속되는 충격적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었기 때문이다. 세정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고, 되돌아보기조차 싫을 정도로 끔찍한 환경 속에서 출발한 국세행정이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볼 때 결과는 ‘대역전’이고 ‘반전’이 됐다.

국세청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을 지혜롭게 헤쳐 나온 비결은 무엇일까. 자칫 낙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주 정교하게 대응했고, 무엇보다 제시된 과제를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집중력은 일반적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결과적으로 국세청은 올해 조직 내부적으로 대변신을 수행했다. 무엇보다 국세청이 40년 훨씬 넘게 갖고 있던 조직의 정서와 문화를 상당부분 바꾼 일면도 있다. 국세청 사람들이 가슴으로 공감하고 자긍심으로 여기는 조직문화는 챙기면서도 소위 ‘과거의 산물(구닥다리)’로 인식되는 형식적인 것들은 과감히 퇴출됐다.

확실히 세정환경과 국세청 분위기는 예전과 달라졌다. 새내기 직원들이 대거 늘면서 새로운 조직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일선세무서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통용되는 것이 그 증거다. 배타적이고 베일에 가린 일들이 확실하게 사라져가고 있다. 올 국세행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찾는다면 단연 달라진 조직문화를 꼽을 수 있다. 저력과 새 문화가 합성돼 안착되는 단계에 있다.



화합하고 하나로 뭉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결국은 사람이, 아니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문제는 일에 임하는 사람들이 어떤 자세와 사명감을 갖는가가 중요하다. 또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보람을 느낄 것인지’가 아주 중요하다. 특히 어려운 시기일수록 이같은 원론이 소중하다.

올 국세청이 선택한 것은 조직과 개인의 정확한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에 집중하도록 ‘의미’를 부여한 것이었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대목도 남아 있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또 다른 ‘긍정의 힘’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부정적 이미지와 갖가지 설이 난무했던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목표로 돌진했던 저력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갖게하고 있다.

내년 심각하게 어려운 경제전망이 나오고 있는 연말, 정병춘 국세청 차장과 김갑순 서울국세청장, 조성규 중부국세청장을 비롯한 국세청 고위간부들이 후배를 위한 ‘용퇴의 이름’으로 세정가를 떠난다. 퇴진에 앞서 굳이 한 해를 정리하면서 생각한다면 이들은 위기의 국세청을 구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이다. 그것도 일심만능(一心萬能)을 앞장서 외치면서 국세청의 힘을 한 곳으로 모았던 사람들이다. 이제 그 주역들이 떠나고 과제는 현역 후배들에게 넘겨졌다. 2009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