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인이 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경우 임대인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줘야 할까?
원고는 2011.10.25. 임차인 B와 이 사건 건물에 대해 보증금 5억원, 월차임 4500만원으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임차인 B는 이 사건 건물을 인도받아 웨딩홀 영업을 개시했다. 임차인 B는 2012년경 이 사건 건물 지상 1층 528.1㎡, 지상 2층 1,183.95㎡, 지상 3층 72.54㎡를 증축했고 자주식 주차장을 축조했다. 임차인 B는 2011.12.20. 전차인 C와 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전차인 C는 원고에게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매월 4950만원의 차임을 지급해 오다가 2015년 7월경부터 차임을 연체했다. 이에 원고는 차임을 연체했음을 이유로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전차인 C는 원고가 임차료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차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며 원고가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주지 않은 탓에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해 손해가 발생했으므로 전차인 C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차임 등 채권과 대등액에서 상계한다는 항변을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이에 대해 대전고등법원은 원고가 전차인 C로부터 지급받은 합계 4억9500만원(부가가치세 포함)의 차임에 대해 전차인 C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고, 그 때문에 전차인 C가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전차인 C는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 절차를 통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었으므로, 전차인 C가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없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원고의 세금계산서 미발행과 전차인 C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전차인 C의 상계항변을 배척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과 달리 원고의 세금계산서 미발행과 전차인 C가 주장하는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즉,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은 제외)하는 경우 세금계산서를 그 공급을 받는 자에게 발급해야 하고, 이를 발급하지 않는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등 공급자는 공급받는 자에게 세금계산서를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하는 점,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공급자가 과세표준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 공급받는 자(매입자)가 공급자(매출자)의 조력 없이도 매입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특례를 규정한 것으로서 해당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시기가 속하는 과세기간의 종료일부터 3개월 이내에 관할세무서장에게 거래사실의 확인을 신청해야 하는 등 그 제도의 입법 취지 내지 목적, 기능과 그 이용에 시간적 제한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급받는 자가 매입자발행세금계산서 발행 절차를 통해 매입세액을 공제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한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탓에 공급을 받은 자가 매입세액을 공제받지 못했다면, 공급자는 원칙적으로 공급받은 자에 대해 공제받지 못한 매입세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다만, 대법원은 원고가 전차인 C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원고가 전차인 C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전차인 C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은 성립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차임채권과 상계하겠다는 항변은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이렇게 판단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사건에서 임차인 B는 임대인인 원고의 동의를 얻어 전차인 C에게 이 사건 건물을 전대했고, 전차인 C는 직접 임대인인 원고에게 월차임을 지급해 왔다.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물을 전대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종전 임대차계약은 계속 유지되므로 여전히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차임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30조 제2항).
한편,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별개의 새로운 임대차계약, 즉 전대차계약이 성립하므로 임차인은 전차인에 대해 차임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에 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는 계약을 체결한 바 없으므로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다. 다만 임대인 보호를 위해 전차인은 임대인에 대해 직접 의무를 부담할 뿐이며, 이때 전차인은 전대차계약 상의 차임지급 시기 전에 전대인에게 차임을 지급한 사정을 들어 임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민법 제630조 제1항, 대법원 2008.3.27. 선고 2006다45459 판결 참조).
그런데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은 제외)하는 경우에는 이를 공급받는 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용역을 공급받는 자’라 함은 계약상 또는 법률상의 원인에 의하여 역무 등을 제공받는 자를 의미한다.
이러한 법리와 관련 법령에 따르면, 임대인인 원고는 계약상 임차인인 B에 임대용역을 공급했고, 전차인인 C는 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인 B로부터 다시 임대용역을 공급받았을 뿐이며 원고와 전차인 C 사이에는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전차인 C에게 임대용역을 공급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은 비록 전차인 C가 임대인인 원고에게 직접 차임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인 원고가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전차인 C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할 의무가 없고 세금계산서 발급의무가 없으니 미발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도 성립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위와 같이 대법원과 원심의 판단 이유는 달랐지만 전차인 C의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원고의 차임 채권과 상계한다는 항변은 인정될 수 없다는 결론은 같았다.
결국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적법하게 해지된 것으로 인정되었고 피고는 보증금 5억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원고에게 이 사건 주차장을 철거하고, 주차장 부지 및 이 사건 건물을 인도할 수밖에 없었다.
대법원 2017.12.28. 선고 2017다265266 판결 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