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준 “5년간 조세도피처로 848조원 유출…재산은닉 갈수록 지능화”
- 대기업, 3415억 달러 유출로 ‘최다’…금융법인→中企→공공법인→기타→개인 順 - SK‧삼성‧현대重‧LG그룹 등 13개 대기업, 조세도피처에 역외법인 66개 세워 유출
최근 5년간 해외 조세도피처(Tax Haven)로 유출된 금액이 848조원에 이르고, 대기업이 보유한 역외법인도 66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재산은닉 수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지능화되는 추세인데도 국세청의 국제거래 분야 전문인력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경력 2년 미만이라, 이 분야 전문인력을 양성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 "2014~2018년 국내 거주자가 해외 조세도피처로 송금한 금액은 7602억 달러, 한화로 847조8282억원에 이른다"면서 15일 이 같이 밝혔다.
같은 기간 해외 조세도피처에서 국내로 송금된 금액은 5045억 달러였다.
조세도피처는 세금이 면제되거나 크게 경감되는 국가나 지역을 의미한다. 세제상 우대뿐 아니라 외국환관리법이나 회사법 등 규제가 적고 금융거래의 익명성이 보장돼 역외탈세의 빈도가 높은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인 종류별 유출액을 보면 대기업이 3415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금융법인(3137억 달러)과 중소기업(540억 달러), 공공법인(337억 달러), 기타(94억 달러), 개인(80억 달러) 순이었다.
해외 조세도피처에서 국내로 송금된 금액을 제외한 순유출액의 경우 금융법인(2159억 달러), 공공법인(271억 달러), 대기업(174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해외 조세도피처에 적잖은 역외법인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 의원에게 제출한 ‘2019년 9월 현재 상호출자제한 지정 그룹의 조세피난처별 역외법인 소재 현황’ 자료에 따르면, 13개 대기업이 해외 조세도피처에 보유한 역외법인이 66개였다. 이는 13개 기업이 보유한 전체 역외법인 2321개사의 2.84% 규모다.
이들 대기업들의 조세도피처별 역외법인을 보면 케이맨제도에 41개사로 숫자가 가장 많았고, 파나마(11개사), 버진아일랜드(4개사), 마샬군도(3개사), 버뮤다(1개사), 모리셔스(5개사), 바베이도스(1개사) 등에도 역외법인이 존재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등은 조세도피처 블랙리스트로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파나마, 버뮤다, 모리셔스, 마샬제도, 바베이도스 등을 지목한 바 있다.
그룹별로 보면 SK그룹이 29개사로 가장 많은 역외법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삼성그룹( 6개사)과 현대중공업그룹(5개사), LG그룹(4개사), 롯데그룹(4개사), 미래에셋(4개사), 현대자동차그룹(4개사), 한국투자금융(3개사) 순이었다.
심 의원은 “조세도피처를 통한 거래가 모두 역외탈세는 아니지만, 적어도 유입액을 초과하는 순유출액의 경우 재산을 은닉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들어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실제 거주지를 숨기거나 국제거래 관련 허위자료를 생성하고, 외화밀반출·자금세탁에 이르기까지 재산은닉 수법이 점점 복잡화·지능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세청의 전체 국제거래분야 전문인력 461명 중 경력이 2년 미만인 사람이 절반에 가까운 208명에 이른다고 한다”며 “국제거래 관련 세무조사는 난이도도 높고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분야인 만큼, 인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전문인력 양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