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업계, "자격 따고 개업 못한 세무사 수두룩한데…"
- 정부 세무사 선발인원 증원 소식에 아쉬움 - "업권 열리면 인원 많은 게 유리" 반론도
올해 세무사 선발규모를 늘린다고 국세청이 발표하자 세무사 업계의 주요 지도자들은 일제히 우려와 함께 아쉬움을 전했다.
세무사 회 관계자는 "당초 국세청과 세무사회는 21일 주에 세무사회 선발 규모를 위한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 회의를 갖기로 했는데, 갑작스레 17일 회의를 갖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그러나 "회의 날짜는 원래부터 17일이었다"고 반박했다.
세무사회는 이에 "지난 2015년6월~2017년6월 기간 중 백운찬 전 세무사회장 재임 당시 이종탁 전 세무사회 부회장께서 자격심의위 구성을 정한 '세무사법'에 따라 심의위원으로 선임됐는데, 회의 날짜가 이위원께 개별 전달됐겠지만 세무사회로는 공식 일정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세무사법'에서는 세무사회장이 추천하는 세무사가 세무사자격심의위원회 위원이 된다. 이종탁 전 부회장이 현재 집행부를 맡고 있지 않더라도 전현직을 떠나 세무사회장이 추천한 위원인데, 국세청이 현직 세무사회장이 모르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회의 일정을 잡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세무사회는 "해마다 국세공무원 출신으로 세무사 시장에 진입하는 인원이 약 200명 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900명이 늘어난 셈"이라며 "변호사 1만8000명이 세무사 영업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경기불황으로 고객인 사업자들은 줄어드니 설상가상"이라고 하소연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국세공무원 출신으로 세무사 시장에 진입하는 인원이 약 200명이라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굳이 그 숫자를 나타내고자 한다면 120~130명 선"이라고 밝혔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창규 세무사회장이 지난 11일 국세동우회 신년회에서 한승희 국세청장을 따로 만나 세무사 선발 규모를 축소해 달라는 취지를 거듭 요청했다"고 귀띔했다. 이 자리에서 이창규 회장은 600명 수준이던 작년 선발 정원에서 단 30명이라도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사회는 정부가 자격사들이 늘어나면 국민들이 전문인적용역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져 국민편익이 증가한다는 이유로 세무사 정원을 늘리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자격사간 업권 다툼에서 세무사 수가 늘어나면 유리한 것 아니냐'는 논리로 정원 확대를 정당화 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임채룡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은 17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시장이 어려운데, 세무사시험 합격인원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세무사 자격이 있으면서도 세무사 시장이 어려워 개업을 못한 사람도 많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현재 납세자들이 받는 세무사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세무사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납세자들이 있는 것도 아닌데, 국세청이 왜 합격자 수를 늘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변호사의 세무대리 허용과 세무업무를 할 수 있는 공인회계사 합격인원도 증원까지 고려하면 충격이 클 것"이라며 "국세청이 세무사시험 합격자 인원을 늘린 것은 단편적인 결정인 것 같다"고 아쉬워 했다.
이금주 중부세무사회장도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세무사 시장 포화에 따른 자격시험 인원 축소를 요구했으나 전년보다 70명 증원이 됐다"면서 "기존 세무사들과 과다경쟁과 갈등 등의 부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외부적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시장 진출에 따른 세력확보 차원의 긍정적 생각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세무사 회 차원에서 향후 전략과 방안을 철저히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