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이, “LG후계자, 지분 팔아 1조원 상속세 낼 것”
재계, LG가 지분승계 땐 상속세 최대 1조원 예상…물납, 연부연납 예상
LG그룹이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일 별세함에 따라 고인이 보유했던 지주회사 지분을 상속받는 구광모 LG전자 상무의 상속세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물려받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내는 방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구재이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세무사)은 23일 <NT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LG그룹의 경우) 현재로서는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택하는 방법 외에 별다른 길이 없다고 본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구 위원은 “큰 상속세 부담 때문에 상속세 대신 공익재단 설립 등을 통한 우회적 사회환원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위원은 이와 함께 “상속지분의 시장가치가 주가 변동 등으로 변경될 수 있지만고, 과거와 달리 기업가치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에 상속세 1조원 정도는 내는 시대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별다른 시도 없이 1500억원의 상속세를 낸 오뚜기와 마찬가지로, LG그룹도 상속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를 해왔다고 볼 수 없으니, 주식을 팔고 물납, 연부연납 등의 방식을 동원해 1조원 세금을 낼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구 회장이 보유한 ㈜LG 지분 전체를 구 상무에게 물려준다고 가정한다면 업계에서는 상속세가 1조원 가까이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지주회사인 ㈜LG의 최대주주가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춘 것.
현재 ㈜LG의 최대주주는 구 회장으로 지분율이 11.28%이다. 2대 주주는 구본준 부회장으로 지분율은 7.72%다.
구 상무는 현재 3대 주주다. 그의 지분율은 2003년 0.14% 수준에 그쳤으나 구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고 LG그룹에 입사한 이후 점차 지분을 늘려 현재는 지분율이 6.24%까지 올라온 상태다.
만일 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이 모두 구 상무에게 상속된다면 구 상무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실질적인 그룹 경영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상속세가 만만찮을 전망이다. 주식 상속세는 고인 사망한 시점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치 주가의 평균 금액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향후 주가 흐름이 문제다. 향후 2개월간의 ㈜LG 주가 흐름에 따라 상속세 규모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2개월 평균 금액을 주당 8만원으로 가정한다면, 그다음에는 여기에 할증을 붙여야 한다. 상속세 계산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일 때는 할증이 붙기 때문이다.
LG그룹의 경우 구 회장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LG 지분율이 50% 미만이기 때문에 20%의 할증률이 적용된다. 이 경우 상속세 계산의 기준이 되는 주가는 9만6000원이다.
이를 적용하면 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1946만주, 11.28%)의 가치는 약 1조8700억원이다. 상속 규모가 30억원 이상이면 과세율이 50%이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면 상속세는 9000억원을 넘어간다.
구상무가 이 엄청난 상속세를 납부하기 쉽지 않다. 물납이나 연부연납을 쓸 가능서이 제기되는 이유다.
물납이란 상속세를 현금 대신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 등으로 납부하는 제도인데, ㈜LG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주식이므로 물납 대상은 아니다.
다만 상속세를 몇 년에 걸쳐 나눠서 납부하는 연부연납은 가능하다.
이런 상속세 부담 때문에 구상무에게 실제 승계될 지분 규모에 변동을 가져올 가능성도 있지만,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