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강조한 소득·소비·재산과세 개편 ‘시의적절’
노형철세무사 세제개편안 총평
2008-09-04 33
상속·증여세율 인하는 富 대물림…사회환원 유도 바람직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개편안의 제목인 ‘일자리창출을 위한 경제재도약 세제’라는 표현을 보아서도 알 수 있듯이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기업의욕, 근로의욕을 세제면에서 고취하여 성장을 뒷받침하는데 중점을 두고 소득, 소비, 재산과세 분야에 걸쳐 골고루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세의 기본원칙은 학자들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견해가 제시되고 있으나, 대체로 현재 공감을 얻고 있는 조세원칙은 공평성(Equity), 효율성(Efficiency),간편성(simplicity)으로서 많은 국가에서 이 원칙을 세제개혁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조세원칙에 비교해 볼때 이번 세제 개편안은 세제의 ‘효율성’을 강조한 세제개편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제의 효율성 원칙은 조세부담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원칙으로서 조세를 최소의 비용으로 징수 한다는 행정능률적인 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과 면에서 조세의 부담으로 인해 국민경제에 미치는 왜곡이 최소화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과중한 소득세의 부담으로 국민의 근로의욕이나 생산의욕이 저해 된다면 결국 국가 전체의 생산감소를 초래하고, 기업에 대해 지나친 법인세를 부과하면 투자를 위축시켜 역시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또한 양도소득세나 취·등록세의 부담이 지나치면 거래의 동결현상(lock-in effect)을 초래하여 부동산경기의 침체를 유발한다. 따라서 조세의 부담은 국민생산활동에 대한 왜곡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배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중 성장촉진적인 개편안의 요체는 경쟁국보다 높은 조세부담율의 인하와 상대적으로 높은 고세율구조를 저세율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율을 2%P 인하 하고(약 4.6조원 감세효과) 현재 13, 25%인 법인세율을 연차적으로 낮추어 2010년에 10, 20%로 인하(약 9조원 감세효과)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소기업, 서비스산업, 녹색성장, R&D 등을 지원하는 다양한 세제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감세정책의 효과성은 아직 뚜렷하게 입증되지 않고 있으나, 이론적으로는 80년대 이후 미국의 감세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된 래퍼곡선(The Laffer curve)을 들고 있다.
1979년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 교수는 세율이 영(零)일 때에는 세수도 영이 되나 세율이 100%일 때에는 누구라도 소득을 얻기 위한 활동을 거부하기 때문에 세수도 영이 되는 바, 세수는 세율증가에 따라 점진적으로 증가하다가 중간에 세수가 극대(極大)로 되는 점을 지나서는 다시 세수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형태가 된다는 주장이다.
즉, 극대세율을 초과하는 세율은 노동의욕, 생산의욕을 해쳐 오히려 전체 세수가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는 실증적으로 입증된 이론은 아닌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래퍼곡선 이론은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정책으로 채택(소위 Reaganomics)되어 이후 공급주의경제학의 중심이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감세정책의 성공핵심은 현재의 세율이 래퍼곡선의 극대점을 초과한 세율인지와 감세정책으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증가가 소비증대, 투자증대로 연결되어 성장을 촉진하고 세수증가로 연결되어 건전재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가가 성공의 핵심이라고 하겠다.
80년대의 감세정책을 편 미국의 경우에도 소비증가로 경제는 나아졌으나 재정적자가 더 심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80년 말 7,100억 달러 GDP의 26% →90년 말 3조2,500억달러 GDP의 50%),일본의 경우에도 90년대에 지속적으로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인하하였으나 감세로 인한 가처분소득의 증가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저축으로 흡수되어 재정적자가 더 심해진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재정적자가 누적된 이들 나라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감세정책이 성장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며, 정부안에서도 조세연구원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법인세율을 5%P 인하시 성장률은 0.6%P 상승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고 있고, 소득세와 재산과세 인하등도 성장률을 0.1%-0.2%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하고 있어 앞으로 경제활성화가 기대 된다.
최근 세수추이를 보면 2005년 이후부터 국세증가율(8.2∼14.7%)이 경상성장율(3.5∼6.5%)을 훨씬 초과하여 국세탄성치가 너무 높고, 실질성장율(4∼5%)과 비교 시에는 훨씬 더 국세탄성치가 높다. 이는 최근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성장외적 요인에 의한 세수증가가 커 국세수입구조가 경기의 자동조절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초과세수)이 약 14조원이라고 하더라도 실거래가과세를 피하려는 일시적인 거래증가에 따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의 증가요인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따른 세수감소가 내년 기준 14조 2,350억원이고 이중 영구적 세수감소부분이 10조 6,110억원에 달하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약 21조원의 세수감소가 예상된다.
이와 같은 세수감소는 소득, 법인세등 기간세목의 세수감소에 기인한 것이어서 앞으로 경제활성화에 의한 세수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정운용이 어려워 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 불합리한 조세체계의 개선을 위해 양도소득세제와 종합부동산세제를 일부 합리화하고, 상속증여과세를 완화하고 있다.
양도소득세는 계속적, 반복적 수입을 소득으로 보는 ‘소득원천설’적인 입장에서는 단지 동일자산의 화폐교환가치의 상승으로만 보고 있어 소득으로 보지 않고, 이에 대한 과세는 재산의 원본에 대한 과세를 초래하여 거래동결효과를 유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득을 ‘순자산증가설’의 입장에서 보면 자본이득(capital gain)도 소득세의 과세대상이 된다고 하겠다.
양도소득세는 단기보유소득이나 투기적인 소득은 일반 소득과 동일하게 과세하더라도 장기보유소득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가치상승분이 크므로 경과세하여 거래가 활성화(토지의 생산요소화)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지나치게 높은 세율을 인하하는 등 양도소득세제를 더 크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번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대폭 확대한 것도 이와 같은 방향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일부 세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이 마련되었으나, 종부세의 과세목적이 부유층에 대한 중과라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공평과세측면에서 더 적합하고, 고가주택 등의 공급을 확대하여 가격을 인하하려는 것이면 적정담세수준과 양도세의 완화가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상속·증여세율을 인하한 것은 국제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나, 부의 대물림에 따른 분배의 불형평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될 것이며, 이보다는 가진 자가 취약계층에 많이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금제도를 다양화(예를 들어 연금형 기부공제제도)하여 대물림보다는 사회환원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증여세율이 낮으면 자녀에 대한 증여가 증가하여 사업의 대물림이 증가하고(그 효과는 장단점이 있음), 양도를 증여로 위장하는 사례도 많을 것으로 우려 된다.
다음으로 재정의 경직성,조세체계의 복잡화를 초래하는 목적세를 정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나, 법률에서 정해진 시한에 폐지하지 않고 재정사정으로 본세에 통합한 것은 목적세를 증세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앞으로 목적세의 신설자체를 억제해 나가야 하겠다.
최근 우리경제는 국내외적인 여건악화와 함께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불경기가 심화되고 있어, 언론을 비롯해 많은 국민들이 현 경제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하에서 민생안정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그동안 발표한 여러 경제정책 중에서 새정부의 국정철학을 가장 대표적으로 담은 내용으로, 앞으로 우리 경제를 재도약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