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餘白] 한상률 ‘실험무대’ 성공적 연출

鄭永哲 편집국 부국장

2008-04-07     jcy
   
 
 
한상률 청장의 첫 연출 ‘고위직인사 실험극장’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14명의 배우가 출연한 실험무대는 주역으로 캐스팅 될 뻔했던 한 사람이 조역으로 추락한 것 말고는 잘 짜여진 배역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상태다.

막이 오르기까지 배역이 철저히 베일에 가려진채 2주 이상 끌다보니 지루함속에 첫 작품(?)의 주역들에 대한 궁금증도 배가 됐다. 막상 막이 오르자 한청장의 긴 長考의 흔적이 들어나며, 스펙타클한 특유의 연출기법이 돋보였다. 번뜩이는 기개도 담겨져 있다. 해묵은 스타일을 타파하려고 무진 애를 쓴 흔적이 녹아 있다.

국세청고위급인사가 단행된 지난달 31일 대내외적 반응은 엇갈리게 나타났지만 대체로 ‘잘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무리 잘된 인사라도 100점짜리는 없다. 누군가 승진을 하고 영전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소외감을 느끼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 앞서 잘된 인사라는 평가는 인사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나온 객관적인 분석이다.

지난달 7일 새 정부로부터 유임을 인정받은 한상률 청장이 이번 고위직인사를 두고 얼마만큼 오랜 시간 고민을 했는지 미루어 짐작된다.

한 청장은 이번인사에서 네 마리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시도했다.

첫째, 국세청 조직의 안정과 위계질서를 염두에 두었고, 둘째, 친 기업정책인 ‘비지니스 프렌들리’를, 셋째, 청탁 외압을 과감히 차단, 능력 전문성을 고려 한점, 네 번째, 과거 잘못된 인사에 대한 궤도수정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인사의 특징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져 ‘섬기는 국세행정’구현의 표출이 과대노출 되다보니 국세청 조사국위상변화가 우려되고 있다.

향후 조사국 기구축소는 물론 세무조사운영방식을 추징위주에서 컨설팅위주로 전환해 섬기는 세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두 가지 과거관행이 무너졌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본청조사국장출신→1급 승진 1순위 등식과 청장과의 동기생은 청장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을 들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물러났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한 청장과 행시21회 동기인 오대식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권춘기 중부지방국세청장이 용퇴하는 대신 김갑순 기획조정관과 조성규 국세공무원교육원장 등 다른 동기들이 나란히 1급승진과 함께 후임으로 발탁됐다.

무엇보다 1급 승진 9부능선 자리로 알려졌던 조사국장이 1급 승진에서 빗겨나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 좌천된 것은 1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다 조사국장후임을 공석으로 남겨 둔 채 선임과장이 조사국장 직무대행을 맡게 했다. 지금까지 핵심 조사국장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사상초유의 일로 충격적인 인사로 회자되고 있다. 한 청장 자신이 새 정부출범 이후 세무조사를 줄이고 기업친화적인 세정을 펼치겠다는 약속을 줄기차게 해온 점도 이번인사와 무관치 않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쨌거나 실험극장에 올려진 첫 연출 작품치고는 우수작이라는 평가가 국세청 안팎에서 들리고 청와대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니 한 청장의 업무수행에 탄력이 붙게 됐다.
무엇보다 조직내 신뢰를 한껏 높이고, 소신과 강직함이 함축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와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