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稅政칼럼] 국세공무원의 청렴도 행동강령

심재형 본지 주필

2007-09-14     jcy
   
 
  ▲ 沈載亨(本社 主筆)  
 
오래전 국세청 고위 간부를 지낸 어느 한분은 행정 감각은 별로였지만 특유의 수완과 배짱으로 자리 값을 해낸 인물이다. 그가 일선세무서장 시절 직원 금품수수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그는 소속 기관장으로서 고민은 커녕 무책임하리만큼 태연자약 했다.

공무원 수가 엄청난 규모로 늘어나고 별별 사람이 다 공직에 입문(入門)하는 현실에서 사고는 필연적(?)이 아니냐고 되레 물었다. 경찰공무원의 범법 사건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연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했다. 국세공무원 역시도 숫자는 많고 또한 납세자와 접촉이 빈번하다 보니 늘 뇌관(雷管)을 달고 다니는 격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 기관장인들 사고 막을 재간이 있겠느냐고 하소연 섞인 반문도 했다.

정신교육 앞서 결속력 키워야

결론적으로 그는 인성(人性)을 무시한 채 시험 위주로 공무원을 뽑아들이는 인사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공직사회가 다 그러해야 하겠지만 특히 국세공무원 사회는 특단의 공직 윤리가 필요한 분야이다.

물론 제반행정이 법에 의해 운영된다지만 국세행정의 특성상 납세자의 재산권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아서다. 때문에 국세공무원들에게는 거창한 철학까지는 기대 못한다 해도 최소한의 공직관은 지녀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각자 심성에 따라 처분의 결과가 크게 어긋날 수도 있는 것이 국세행정이기도 하다. 국세청 고위직에서 퇴직한 세정가 원로들도 이것이 국세행정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관리자들은 직원관리에 특단의 고심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조직 상· 하간의 끈끈한 정서가 세무부조리 차단에 큰 몫을 한다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예컨대 법인기업 조사 시에도 일련의 예방장치를 갖췄다는 것이다.

조직 上· 下간 개별성향 度 넘어

소속 직원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필요인력의 배수(倍數) 정도를 조사현장에 투입함으로써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견제(?)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 속에서 공직 윤리와 조직 사랑하는 마음이 싹튼다고 했다.

그때에 비해 작금의 조직 상· 하 간에는 인간적인 정(情)이 없어 보인다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서로 보듬는 관계에서 개별성향으로 조직정서가 변하고 보니 좋은 의미에서의 상호 관심과 견제가 작동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근간에 일어난 현직 국장의 금품수뢰 사건으로 국세청 내 분위기가 아직도 무겁다. 더구나 이 장본인은 국세공무원들의 복무기강을 책임지는 국세청 감사관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국세청 감찰팀이 전 직원에 대한 군기 잡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직원 청렴도 제고를 위한 행동강령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이 내부 인트라넷에 게시된 행동강령 테스트와 함께 영상물을 시청케 하여 청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월요일의 영상 편지’와 ‘역사 속의 청렴 이야기’ 등 영상물도 상영해 주고 있다.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직원들의 정신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직원 상· 하간의 관심과 조직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 주는 일이다. 기계는 작동(作動)에 의해 움직이지만 인간은 감동(感動)이 있어야 행동에 옮겨진다.

신규직원 채용시엔 人性 重視를
국세청은 요즘 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신규 직원 채용을 앞두고 우수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시행되는 근로장려세제(EITC)에 대비, 9급 신규직원만도 1200명을 채용하게 된다. 어마 어마한 숫자이지만 EITC 시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력이란다.

서울,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지에서 필기시험(9월 16일)을 치러 오는 10월 8일 최종 합격자를 내게 된다. 미래 세정의 주역들을 채용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부문은 두뇌의 우수성 보다 각자 인성(人性)에 중점을 둬야 한다. 행정능력은 세월이 해결해 주지만 잘못 형성된 인성은 개조가 어려운 법이다.

유수한 기업들이 신규인력을 채용할 때 관상을 통해 인성을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직사회에도 인성 중시의 인사행정이 하루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