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3)과 내일(14일) 서울회장 선거 투표…젊은 층 표심에 관심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장 선거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한 세금환급 플랫폼 ‘쌈쩜삼’의 공포가 세무사업계 전반에 휘몰아치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AI로 대체될 직업군 1순위로 세무사가 꼽혀왔으나 세무사 업계는 ‘그리 쉽게 세무 업무가 자동화되겠어’라며 애써 자위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출시 2년 만에 ‘삼쩜삼’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고 세금 환급액이 2600억에 달하자 그 위력을 실감하며 말뿐이 아닌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역삼동의 한 세무사는 “3년 가까운 코로나19의 비대면 국면에서 삼쩜삼 등 세무플랫폼이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세무사들의 많은 기장거래처는 문을 닫았다. 개업 연한이 짧은 청년세무사들이 직격타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고 위기감에 휩싸인 업계 상황을 전했다.
세무사 업계가 느끼는 이런 위기감은 불법적 플랫폼의 성장세를 볼 때 머잖아 세금 환급을 넘어 세무사업의 근본인 ‘기장대리’ 업무마저 뺏길 수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변호사나 회계사와 달리 위임 업무를 주로 수행하는 세무사는 고유 업무라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3년여 동안 변호사업계와 혈전을 벌인 세무사법 개정에서 기장 업무만은 지키고자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개업 4년 차인 청년세무사는 “이런 식으로 플랫폼이 세무업무를 침탈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기장 업무를 잠식하는 것도 부지불식간에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하고 “상상하기 싫지만 기장 업무가 개방되는 순간 세무사는 사무실을 접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 젊은 세무사들은 코로나19가 수반한 사회 전반의 ‘비대면’ 국면에 따른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았으며, 이런 흐름에 편승한 ‘삼쩜삼’의 세무업역 침탈 행태를 보면서 극도의 위기감으로 ‘멘붕’ 상태에 빠져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청년 세무사들의 ‘삼쩜삼’ 위기감이 오늘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서울지방세무사회 회장선거에서 주요 화두로 부상한 것은 업계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라며 1년 넘게 뒷짐 지고 경찰 조사결과만 기다리는 세무사회에 실망한 젊은 세무사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표출된 결과다.
서울회장에 출마한 한 후보가 ‘삼쩜삼’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하며 이슈화 시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삼쩜삼’으로 대표되는 세무플랫폼의 업역 침탈은 세무사 자격의 존폐가 걸린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본회든 지방회든 가릴 것 없이 회원 총의를 모아 시급히 막아야 한다는 것에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분위기가 심상찮은 것을 감지한 한국세무사회가 연일 삼쩜삼 문제 해결을 장담하며 회원들에게 문자와 공문을 날리고 있다. 그런데 공지 시점과 내용에 회원들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삼쩜삼’ 이슈 급부상…서울회장 선거, 젊은 세무사 투표율이 좌우한다?
1년 이상을 잠잠히 있다가 서울회장 선거 막판에 ‘조만간 삼쩜삼 처벌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의도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사결과가 언제 나오는지, 기소의견이라도 통보받았는지, 만약 기소된다면 법정 싸움은 어떻게 하겠다는 등의 내용도 없이 무조건 ‘고발했고, 처벌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쩜삼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회원들과 똘똘 뭉쳐 박살내겠다”고 공약한 서울회장 후보 측도 느닷없는 본회의 대응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회원 사이에서는 현 세무사회 집행부에 비판적인 이 서울회장 후보의 삼쩜삼 투쟁 공약이 회원들에 먹히자 ‘논점을 흐리기 위한 선거 개입 의도’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관악구의 한 젊은 세무사는 “1년 이상 경찰조사 결과만 기다리다가 뜬금없이 서울회장 선거 막바지에 근거도 없이 ‘삼쩜삼이 처벌된다’는 문자와 공문을 보내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세무사가 있겠냐”며 “많은 세무사들이 특정 후보에 영향을 주기 위한 ‘선거 개입’으로 받아들인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한 “젊은 세무사들의 근본적 고민은 IT의 급속한 발전으로 세무신고 자료 대부분을 홈택스가 제공하는 상황까지 왔는데, 앞으로 기장 등 세무사 업역이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에 있다”며 “세무사회 집행부가 이번에 삼쩜삼 대응하는 것을 보면 이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13일과 14일 양일간 투표가 실시되는 서울세무사회장 선거의 향방은 ‘삼쩜삼’의 업역침탈 위기감이 극도로 높은 젊은 세무사들의 표심이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무플랫폼의 생존 발전과 제도화 여부에 세무사업의 존폐가 걸려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청년 세무사들이 얼마나 투표 현장으로 나와 자신들의 주장을 표심으로 나타낼 것인가이다. 투표 시 의무교육 교재를 배포하고 이 교재로 온라인 교육을 받아야 법정 이수 시간으로 인정하고 상품권 추첨권을 배부하는 등의 유인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세무사회 임원을 지낸 원로 회원은 “이번 서울회장 선거에서 삼쩜삼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된 것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고 평가된다”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이고 시간적 여유도 없겠지만 젊은 세무사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해 그들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되고 목표가 실현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번 속는 것은 거짓말하는 자의 잘못이지만 두 번 속는 것은 속아 넘어가는 자의 잘못’이라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회원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세무사회 불공정 선거의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이제는 불공정과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