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고문은 본지의 논조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 서언
예상된 바와 같이 일본이 2019년 8월 2일 각료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동 개정안은 8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정부는 이런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7월 중 일본에 특사를 파견해 “일본측이 요구하는 강제징용판결관련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그러나 일본이 이를 외면하고 강수를 둔 것이다.
일본의 차관급이 감정적인 어조로 우리나라의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무례’하다는 표현까지 쓰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1900년대 초반 일본의 태도를 보는 듯하다.
일본정부의 입장은 대화고 뭐고 한국정부가 무조건 항복(강제징용자에 대한 한국정부 보상)하는 모습을 보여 국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것인데, 제국주의 시대가 아닌 글로벌(Global) 협력시대에 이런 외교적인 발상이 타당한 것이지 묻고 싶다. 참으로 시대착오적이다.
필자는 아베 정부가 한국을 경제적으로 와해·종속시키고 반감이 많은 문재인 정부도 무너뜨려 한국을 길들이겠다는 야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의 잘못된 야욕을 분쇄하기 위해 국제거래 및 법률 전문가로서의 대응방안을 개진하고자 한다.
2. 우리정부의 대응
일본정부가 백색국가 제외계획을 고려한 것은 금년 1월부터인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 동안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과 이런 난국을 맞이하기 되었다. 언론에 보도되는 우리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대응방안들을 보면 1) ‘GSOMIA’파기, 2) 일본 백색국가에서 제외, 3) 관세부과 등이 거론되고 있다.
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한국과 일본이 체결한 것으로 경제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일본은 변명이 궁색하기 때문에 안보를 핑계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이고 이런 내용을 국제사회도 잘 알고 있다. 지금 핵심쟁점은 일본이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를 공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쟁점과 관련이 없는 GSOMIA를 폐기하게 되면 이를 반대하는 미국과의 관계도 소원하게 되고 전략적인 효용성이 없어 보인다.
즉, 아무 효과가 없는 불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된다. 경제적인 효과가 전혀 없는데 이성적이 아니고 감정적으로 대응을 하면 이 전쟁을 이길 수 없다.
백색국가 제외
우리정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은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부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해 한국에 경제적으로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이 일본기업으로부터 중요부품을 구입해 완성품을 만들고 있고 그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기업이 일본에 파는 물건들은 대체로 중요부품이 아니고 완성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일본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없다. 오히려 일본에 물건을 판매하지 못하면 우리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일본과 같은 동일한 접근법을 사용하는 것은 지혜로운 접근법이 아니다. 뒤에 설명하지만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백색국가제외정책을 사용하면 일본기업만 어려워지게 된다. 우리는 일본이 스스로 자승자박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 된다.
관세정책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선택한 것이 관세정책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관세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관세정책을 사용하면 일본도 한국에 대해 동일한 정책을 사용할 구실을 주게 된다. 추후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피해를 줄 방법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
일본부품 대체방안모색
일본이 한국을 36년간 식민지 지배하면서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는 밀접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학문과 문화가 한국에 이식이 되었고, 싫든 좋든 해방 이후에도 두 나라는 학문적인 측면에서 그리고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은 인위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부터 한국에 등록한 일본기업의 누적숫자는 14,499개이고 미국기업의 숫자는 12,149개, 중국기업숫자는 11,760개이다. 즉, 일본기업들이 가장 활발하게 한국 내에서 기업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자료이다.[1]
일본에게 있어서 지난 60년 동안 한국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이었고, 일본은 한국시장을 통해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중국은 뒤 늦게 문호를 개방했다.
그 결과 우리기업들도 자연스럽게 일본기업들과의 거래에 익숙해져 있고, 한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일본기업에 대한 부품의존도가 높아지다 보니, 이제는 일본정부가 이를 악용 한국에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것이다.
일본정부가 자유무역정신에 어긋나는 야만적인 의도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이상, 이런 일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커 우리기업들은 일본기업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외국기업과의 거래를 모색하고 국내의 중소기업들과 협력함으로써 한국경제를 구조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앞장서겠다고 한다.
사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에게 있어서 외국의 부품제공기업들은 ‘갑(甲)’이 아닌 ‘을(乙)’의 입장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대기업이 언제든지 부품제공기업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기업들은 한국대기업의 고객이 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이런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악수를 둔 것이다.
3. 한〮일조세조약 폐기 제안
지금 일본정부는 한국대법원의 강제징용판결을 구실삼아 경제적으로 한국을 파괴하겠다는 분명한 의도를 드러냈다. 즉, 무력전쟁은 불가하기 때문에 경제전쟁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상대가 외교적인 수단을 무시하고 선전포고를 했다면 우리도 그에 따른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GSOMIA’ 폐기, ‘백색국가제외’, ‘관세정책’은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수단이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일본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야만 하기 때문에 필자는 “한일조세조약의 폐기”를 제안한다.
조세조약을 체결하는 목적은 국가간 국제거래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조세조약은 제한세율규정과 이중과세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세액공제)을 두어 국제거래를 활성화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일본정부는 일본기업과 한국기업간의 국제거래를 노골적으로 방해를 하고 있고 한국경제를 붕괴시키려는 명백한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조세조약의 목적과 배치되는 이런 의도를 지닌 일본정부와 조세조약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일조세조약 제30조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이 협약은 무기한으로 효력을 가지나, 어느 일방체약국이 이 협약의 발효일부터 5년의 기간 만료 이후에 개시되는 어느 역년의 6월 30일이전에 외교경로를 통하여 서면상의 종료통지를 타방체약국에 대하여 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우 이 협약은 다음과 같이 효력을 상실한다.
가. 대한민국의 경우
(1) 원천징수되는 조세에 대하여는, 종료통보가 행하여진 연도의 다음연도 1월 1일 이후의 납세분
(2) 기타의 조세에 대하여는, 종료통보가 행하여진 연도의 다음연도 1월 1일이후에 개시한 과세연도분
나. 일본의 경우
(1) 원천징수되는 조세에 대하여는, 종료통보가 행하여진 연도의 다음연도 1월 1일이후의 과세분
(2) 원천징수되지 않는 소득에 대한 조세 또는 사업세에 대하여는, 종료통보가 행하여진 연도의 다음연도 1월 1일이후에 개시되는 과세연도의 소득
위 규정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 우리정부가 조약 파기통지를 할 경우 2021년 1월 1일 이후부터 부과되는 조세에 대해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다만, 제30조는 납부하는 조세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정부의 간의 “상호합의(제25조)”와 “정보교환(제26조)” 규정은 폐기즉시 효력을 발휘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고, 따라서 우리정부는 일본정부와 폐기즉시 조세협력관계를 단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정부가 정당한 협의요청에 응하지 않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비엔나 협정 제60조, 제61조, 제62조와는 관련이 없다.
일본 정부는 핵심쟁점이 “강제징용판결”인데 국제사회에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는 설득력 없는 거짓주장을 하고 있고 상세한 설명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런 유치한 방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정정당당하게 국제사회에 주권국가로서 일본정부의 잘못된 조치에 대응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경제적인 단교에 단계적으로 착수한 것이라고 하면 된다.
4. 한일조세조약 폐기의 효과
1962년 이래 일본기업의 한국투자 누적기업숫자는 14,499개이고 누적투자금액은 약 US$445억이 다. 원화로 환산하면 45조원이 넘는다.[2] 반면 한국기업의 일본투자 누적기업숫자는 3,743개이고 누적투자금액은 약 US$92억이다.[3] 따라서 숫자상으로 보면 ‘일본기업의 한국투자’가 ‘한국기업의 일본투자’의 대략 4배가 넘는다.
우선 조세조약을 폐기하면, 우리나라에서 일본에 지급하는 배당(5% or 15%), 이자(10%), 사용료(10%)에 대해서는 괄호 내 제한세율이 적용되지 않고, 한국의 국내세법에 따라 배당, 이자, 사용료에 모두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따라서 자본수출국인 일본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더 큰 과세권 손실을 보게 된다. 이외에도 양도소득세, 전문직업인 소득세 등에서 자본수출국인 일본정부가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조약이 폐기되면 조세조약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국제거래의 구조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 숫자가 많고 거래규모가 큰 일본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애로사항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또한 고용소득, 연금소득, 학생 및 훈련생 소득, 연구강의소득 등에 대해서도 혜택이 없어, 한국과일본간의 학술, 문화, 인적 교류가 급속하게 퇴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일본정부가 원한다면 우리정부는 일본이 원하는 대로 대응을 해주면 된다.
5. 일본기업 국제거래관리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일본기업은 일본의 본사와 국제거래를 해야만 한다. 일본정부가 안보상의 이유로 한국으로 수출하는 부품 등에 대해 관리를 한다고 하니, 한국정부도 한국 내 일본기업이 일본관계회사와 거래하는 국제거래에 대해 세법에 따라 정밀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일본정부가 한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이상, 일본기업이 일본정부의 눈치를 보고 한국 내 소득을 줄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서비스 택스(Digital service tax) 등이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서비스(digital service)와 관련된 국제거래가 각 국가의 과세주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내 일본기업과 일본본사 내지 모회사와의 거래에 대해 정밀한 관리를 함으로써 과세권이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한국정부 고유의 권한이다. 이런 관리는 세계무역기구(WTO ) 제소사항이 될 수 없다.
조약이 존재하면 한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상호합의절차(mutual agreement procedure)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조약이 폐기 되면 한국과세당국과 일본과세당국간에 상호합의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일본기업은 한국 법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기업도 피해를 볼 것이나 일본기업이 훨씬 많은 피해를 볼 것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적국으로 취급해서 그렇게 된 것이니 한국에서 사업활동의 어려움은 일본정부에 항의해야 한다. 이 사건을 일본정부가 자초했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시장을 떠나면 한국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6. 금융거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9년 3월말 현재 일본은행의 한국 내 여신은 235억달러 해외 한국기업·기관여신은 337억 달러라고 한다. 이런 거래는 모두 계약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종료되어야 한국기업으로부터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단기간에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우리기업이 거래처를 바꿀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기업도 적극 대비해야 한다.
이자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은행은 없다. 한국기업거래처를 잃으면 일본금융기관은 이자소득을 손해보고 일본정부도 이자소득에 대한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어 손해를 보게 된다.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일본 스스로 자멸하는 것이다.
7. 결어
필자는 칼럼 “강제징용판결이 야기한 무역전쟁(2019.7.16)”과 “독도의 법적 소유권이 대한민국에 있는 이유(2019.7.26)”를 <국세신문>에 기고한 바 있고, 이 글을 통해 우리 정부가 다툼보다는 외교적인 방법으로 슬기롭게 이 중대한 문제를 대처해 줄 것으로 요청한바 있다.
우리 정부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지식인, 언론, 정치인들의 우려를 고려해 7월 중 일본에 특사를 파견했고, 일본측에 “일본측이 요구하는 강제징용판결관련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그런데 아베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항복하라는 외교적인 결례를 범했다. 1900년대의 사고방식으로 우리나라를 무시한 처사로 보인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강대국이 아무 죄의식 없이 약소국을 지배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법치주의 하에서 글로벌 협력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서로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주며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설정해 나가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아주 가까운 이웃이다. 서로 협력하면 아시아 지역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8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이 시행이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필자는 일본 정부가 사태를 잘못 파악해 실익이 없는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여 대화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기를 바란다. 우리정부도 일본정부가 대화에 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일본최고법원도 손해배상 판결을 했으니 한국 대법원의 판결 자체에 일본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모순된 것이다. 서로 피장파장이니 체면을 구길 것도 없다. 일본기업에 손해가 되지 않도록 손해배상문제만 합리적으로 해결하면 된다.
이번 일을 기회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보며 글을 마친다. [끝]
Source: http://www.sungsoohan.com/?p=5492
[1] 산업통상자원부 http://www.motie.go.kr/motie/py/sa/investstatse/investstats.jsp
[2] 산업통상자원부 http://www.motie.go.kr/motie/py/sa/investstatse/investstats.jsp
[3] 2019년 7월 28일 대한무역투자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