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안진회계법인 공식 대응 없이 침묵…삼성바이오에피스 "그런일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수사를 받은 삼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핵심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5일 오전 현재까지 삼정측에서는 공식 해명을 자제하고 있다.
‘2015년 삼성물산 합병 전까지 핵심 계약사항(콜옵션 약정)을 몰랐다’는 취지로 최근 진술했다는 것인데, 이는 앞서 증권선물위원회 조사와 법원 진술이 삼바측의 압력 또는 조율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삼정회계법인 홍보업무 관계자는 25일 아침 본지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아침 안진회계법인 공중관계관리(PR) 업무를 총괄하는 J이사 역시 전화가 닿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25일 오전 본지 통화에서 “관련 보도 내용을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언론 대응 담당임원인 H파트장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한겨레신문>은 25일 아침판 종이신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핵심 의혹의 하나인 ‘콜옵션’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와 입을 맞춰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날짜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한겨레>는 “회계법인 등을 취재한 결과”라고 밝혔다.
신문은 최근 삼성바이오 회계 사기(분식회계) 의혹에 연루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에서 조사를 받은 삼정케이피엠지(KPMG)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의 진술을 인용,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이들 회계사들이) 지난해 금융감독원 조사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올해 초 서울행정법원의 증권선물위원회 제재 집행정지 재판 등에서 삼성바이오 쪽 요구로 ‘사전에 합작 계약서를 입수해 콜옵션 조항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삼바측이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 회계 변경은 회계법인의 공인 아래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고객사인 삼바측 요구를 받고 거짓 진술을 한 것을 자인한 것이라 파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삼정과 안진 소속 회계사들은 과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조사 및 서울행정법원 재판에서 ‘콜옵션 약정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이번 검찰 조사에서 이를 번복했다. 일부 언론은 검찰 관계자가 “회계사들의 진술 내용이 금융당국 등 과거 조사 때와는 달라졌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2012년 삼바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미국 업체 바이오젠과 합작해 세우면서,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미리 정한 값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Call Option)을 부여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가 오르더라도 바이오젠은 사전 약정한 값으로 지분을 살 수 있으므로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삼바는 이에 따라 기업가치가 오르면 회계상 부채로 책정해야 했지만, 어떤 경로로도 공시하지 않았다.
삼바측은 그 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 해당 이유로 생겼던 부채를 없앤 효과로 무려 4조5000억원에 이르는 회계상 이익을 거뒀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이 과정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삼성바이오 및 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삼바측은 그간 콜옵션 존재를 일부러 감춘 것이 아니며 회계법인으로부터 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조언을 얻어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다고 강조해왔다.
이번에 두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이 “콜옵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삼바측과 다른 주장을 했기 때문에, 일부 언론은 검찰이 삼바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과정의 연관성 등을 들여다볼 유력한 계기를 제공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삼성측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바 가치를 부풀리는 회계분식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