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모 의원이 소득공제는 대체적으로 한계세율이 높은 고소득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감면 혜택을 주기 때문에 세액공제 보다 상대적으로 더 역진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득공제 항목들을 가급적이면 세액공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기에다 소득이 높을수록 근로소득공제, 종합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을 통한 세금감면 혜택도 많이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면서, 세액공제가 소득공제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역진적이라고 해도 공제제도 자체가 역진적인 성격을 갖고 있으므로 이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한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았다는 근로소득 백분위 자료를 보면, 전체 근로소득자 약 1800만명이 1인당 평균 140만원 정도의 근로소득공제, 종합소득공제, 세액공제 등의 세금감면 혜택을 받은 것에 비해, 이 중 상위 1%에 속하는 약 18만명은 평균적으로 1400만원 이상의 혜택을 받아서 금액기준으로 전체 평균의 10배에 달하는 혜택을 받은 셈이라고 하면서 현행 소득공제 등이 역진적이라고 비판했다.
일반적으로 세금계산을 할 때 납부할 세금을 줄이는 공제의 유형으로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가 있는데, 소득공제란 총수입금액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하거나 소득금액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해서 세율을 적용하는 과세표준을 줄이는 것을 말하고, 세액공제란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해서 계산된 산출세액에서 일정금액을 공제해서 납부할 세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세절감 효과만 보고 소득공제가 세액공제에 비해 역진적이므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거나, 심지어는 공제제도 자체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공제는 소득이 클수록 세감면 효과 커지고 세액공제의 효과는 소득규모와 관계없어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를 한 모 의원의 주장처럼, 소득공제는 소득규모와 관계 없이 일정금액을 소득금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소득금액이 커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소득자일수록 세금 절감액이 커진다. 즉 소득세는 과세표준이 커지면 적용되는 세율도 커지는 누진세율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득공제를 많이 받게 되면 높은 세율 구간의 과세표준이 먼저 줄게 되어 소득세 절감액이 커지게 된다.
따라서 소득세를 계산할 때 공제대상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에 이왕이면 소득이 많은 사람이 공제를 많이 받는 것이 세금이 더 많이 절감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부양가족에 해당하는 자녀나 부모 1명당 150만원의 소득공제를 적용할 때, 소득이 많아서 최고 42%의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의 경우에는 150만원이 소득공제됨으로써 63만원의 소득세가 줄어드는 반면에, 소득이 적어서 최저 세율인 6%의 세율을 적용받는 사람의 경우에는 150만원을 공제받더라도 9만원의 소득세가 줄어들 뿐이다.
반면에, 세액공제는 소득금액에서 소득공제를 한 후의 금액인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해서 계산된 산출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득이 크든 작든 세액공제액은 같게 된다. 예를 들어 보험료에 대한 특별세액공제는 100만원까지의 보장성보험료에 대해서 12%를 세액공제를 하게 되는데, 소득의 크기에 관계없이 소득세 과세표준이 있어서 세금을 계산하는 경우라면 누구나 12만원의 특별세액 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물론, 소득이 너무 작아서 소득공제를 한 후의 과세표준이 0원 이하인 경우에는 아예 낼 세금이 없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는 세액공제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소득공제 중 필요경비적 공제와 인적공제 등은 비용보전이나 생계비공제라고 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소득공제와 세액공제의 취지를 설명할 때, 소득공제는 소득세법상 각종 소득별로 총수입 금액에서 필요경비를 공제한 소득금액에서 개개인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정한 금액을 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반면에 세액공제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적용하여 산출된 세액에서 세액감면을 공제한 후 특정목적을 위해 일정금액의 세액을 공제하는 것을 말한다.
소득공제 중 근로소득공제의 경우 다른 소득에 비해 근로소득을 발생시키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의 측정이 곤란한 점에 착안해 비용상당액을 공제하는 필요경비적 공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득공제 중 종합소득공제는 납세의무자의 부양가족상황에 따라 공제하는 인적공제와 납세의무자가 지출한 일정한 비용을 공제하는 물적공제로 구분하는데, 인적공제는 최저생계비 공제를 통해 납세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여 주고 부양가족 상황에 따라 세 부담에 차별을 둠으로써 응능과세를 실현하는 데 그 취지가 있는 반면, 물적공제는 납세자의 인적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일정항목에 대해서 공제함으로써 특정정책을 세제면에서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일정 소득공제 항목들은 소득 규모와는 관계없이 소득창출을 위한 비용상당액으로 인정해 주거나 생계비 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므로 비록 동일한 소득공제 항목으로 인해 높은 구간의 소득세율이 적용되는 고소득자들에게 결과적으로 세액감면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이를 모두 세액공제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세액공제로 전환된 항목 많아 과세형평성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동안 소득공제 항목이던 것들이 2014년부터 대폭 세액공제로 전환되었는데 다자녀 추가공제나 연금저축 소득공제, 보험료·의료비·교육비 등에 대한 특별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된 것이 그 예다. 이렇게 소득공제로 운용하던 항목들을 세액공제로 바꾼 이유는 소득공제의 경우 과세표준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율 구조인 소득세의 특성상 같은 금액의 소득공제를 받더라도 소득이 큰 사람이 세절감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결국 그동안 소득공제로 하던 것을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은 사람들의 세금 절감 혜택이 줄어들어, 세금 수입의 증가와 더불어 과세 형평성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세법상 소득공제 항목으로 남아 있는 항목들을 대략적으로 보면, 근로소득공제, 기본공제와 추가공제 등의 인적공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보험료 공제, 주택담보 노후연금 이자 비용 공제, 국민건강보험료 등과 주택자금 등에 대한 특별소득공제, 신용카드 등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등이 있다. 이런 항목들 중 일부 항목은 세액공제로의 전환을 검토해 볼만할 수도 있겠으나, 근로소득공제의 경우에는 필요적 경비에 해당하고 인적공제의 경우에도 생계비 보장의 성격이 있고, 국민연금이나 국민건강보험료 등은 사회보장의 성격으로 강제로 불입하게 되어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세액공제로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따라서 비록 소득공제 항목으로 인해 고소득자가 세금절감액의 절대금액이 커진다고 하더라도 항목별 특성이 있으므로 이를 일률적으로 역진적이라고 몰아 붙여서는 안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도 소득공제 성격인 인적공제와 각종 소득공제 항목들을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참에 좀 더 치밀하고 정교하게 공제제도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덧붙여 오랫동안 인적공제 금액의 크기가 변동이 없는데 물가상승과 명목소득의 인상 등을 반영해 현실적인 수준으로 공제금액을 조정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