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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알뜰한 정부’가 곧 ‘적폐 청산’
[데스크 칼럼] ‘알뜰한 정부’가 곧 ‘적폐 청산’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8.11.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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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부과방식 이전 불가피…공무원 구조조정이 핵심
- 이호예병형공 전방위 적폐가 국민 가처분소득 위협 '심각'
- 국세청 인력 늘려 건강보험, 연금 업무 통폐합 해야 국민 신뢰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보험료 인상과 보장 축소’를 뼈대로 한 보건복지부의 연금개혁안을 퇴짜 놓은 것은 당연하고도 잘 한 일이다. 국민들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법적 지급보장이 없는데다 줄곧 보장은 줄고 기여금 부담은 늘어 온 국민연금 제도를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부담’으로 여겨왔는데, 보건복지부만 이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금 안정성’을 이유로 또 “보장은 줄이고 부담은 늘리자”는 취지의 개혁안을 떡 내놨으니, 보건복지 분야 관료사회를 향해 ‘감정불가 캐릭터’로 소개된 영화 <암수살인>의 주인공을 떠올린다는 격한 반응도 이해가 간다.

연금 전문가인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은 기금안정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것 같다. 비스마르크의 독일 이래 서구가 똑 같이 걸어왔던 필연적 ‘기금 고갈’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 연금 지속가능성을 꾀하는 것 같다. 물론 언젠가는 사회보장세와 같은 세금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으로 바뀔 운명임에는 변함이 없겠다. 그나마도 그리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가능하겠지만.

야당에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보이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총 17만4000만명의 공무원 증원을 꾀하는 것에 대해 야당의 태도를 보면 진짜 제동을 걸 의지나 능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민간 일자리를 만들라고 했다”는 비판은 핵심을 못 짚고 있다.

“7만 명이 자연증가분”이라는 전임 경제부총리의 말에 반박도 없었다. 한국이 일본을 꺾고 ‘기계가 일자리를 대체한’ 신화를 이뤄낸 나라인데, “공무원 편제(T/O)는 헌법이 정했나?”고 따지는 국회의원 한 명이 없다. 7만 명을 인정하고 “10만 명만 늘려도 공무원연금 보험료 30조원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의 몇 갑절인 ‘공무원연금충당부채’ 문제로 집요하게 이어졌어야 한다.

기자는 공무원 숫자를 늘리지 않고 구조조정을 한다면, 향후 몇 년 간 국가직 공무원 증원관련 예산 4097억원 정도는 써도 좋다는 생각이다.

최근 지인의 교통사고공탁금 문제로 법원에 간 적이 있다. 법원 민원실 창구 공무원은 누런 시험지로 만든 똑같은 공탁금 인출 신청서 2장을 주면서 “2부를 공히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오전 11시15분까지 작성해오지 않으면 오후에 접수해야 한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옆 자리 동료와 점심식사 메뉴를 얘기하는 것을 보니 그때쯤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는 자신의 일상을 민원인 따위가 해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묻어났다.

동사무소로 부르다가 요즘은 주민센터로 부르는 곳에 가보면 여전히 주민등록등초본과 인감증명을 떼 주는 공무원들이 많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나라에서 유독 공무원들은 기계가 대체하지 않는다. 바로 여기에 누구도 함부로 도전할 수 없는 한국의 적폐가 똬리를 틀고 있다.

스웨덴은 출생과 사망에 따른 주민등록업무를 국세청이 한다. (벌써 몇 주 째 ‘개인의 독립된 삶을 보장해주고 지켜주며 도와주는 국가’라는 개념으로 스웨덴 얘기를 하는 기자도 면구스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조세범죄 수사는 검경은 물론 금융당국이 협력하는 별도 조직에서 진행한다. 국세청 콜센터 인력이 한국의 5배인데, 연금과 건강보험, 일자리 상담도 다 해준다.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국세청 마크가 새겨진다. 한국보다 인구가 5분의 1 수준이라서 가능한 게 아니다.

이상현 편집국장
이상현 편집국장

최근 20년간 건강보험료는 ‘파죽지세’로 올랐다. 건강보험료는 현행 국회가 ‘국가재정법’에 따라 심의해 투명하고 정확하게 그 수지를 알리는 기금에도 포함돼 있지 않다. 고령화 사회에서 의사들과 인기영합적 정치인이 야합해 “보장을 늘리자”고 결정하면 가계와 기업은 그냥 더 내야 하는 돈이다. 적폐가 제도화 돼 있는 것이다.

국세청이 스웨덴처럼 국가행정의 중심이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 국민의 기본 주민등록과 소득상태, 건강상태와 관련 지출, 노후생계 여건 등을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국세청 인력을 크게 늘리고 행정안전부, 법원 공무원들을 줄이는 한편 임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에 이르는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아예 국세청이 흡수해야 한다. 

국세청 간부들도 이런 비전을 갖고 일을 추진해야 한다. 국가 전체를 통찰하는 관점에서 정부 효율을 극대화 하려는 모든 양심적인 학자와 사회운동가들과 국세청 개혁을 넘어 국가 개혁을 준비해야 한다. 국세청의 조직 위상을 스스로 폄훼하는 협량한 인식을 서둘러 버려야 한다.

‘알뜰한 정부(Frugal Government)’는 사교육비(교육 적폐)와 임대료(부동산 적폐), 과잉진료(보건 적폐), 가계부채(금융 적폐) 등등 ‘이호예병형공’으로부터 시나브로 가처분소득을 뜯기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절박한 요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6주 연속 하락했으나 최근 내림세가 완만해져 50%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 이미지=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6주 연속 하락했으나 최근 내림세가 완만해져 50% 중반대를 맴돌고 있다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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