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대학과 국내외 유수한 대학에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세금 관련 부처에 오래 근무한 현직 세무사. 국제통 조세제도 전문가 이동기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이 <국세신문>에 [세금을 알아야 부가 보인다]는 타이틀로 기고를 자청했다. 욕심 많은 이 전 회장은 같은 이름의 책을 집필하면서 최종 출간된 책보다 갑절의 원고를 집필했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장삼이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세금 개론서를 야심차게 준비한 탓. 그러나 출판사는 딱 장삼이사가 이해할 수 있는 분야와 난이도를 주문했고 저자와 숱한 실랑이를 벌였단다. 그렇게 산고 끝에 옥고가 탄생했다. 인류역사와 명멸해온 세금, 그것을 언제 어떤 분야를 왜 어떻게 따져야 하는지 재미있게 엮었다. 이 전 회장의 원고를 통해 세금은 바야흐로 ‘장삼이사’들의 머리와 가슴으로 더 잘 스며들 전망이다. / 편집자 주
Ⅲ 부가 보이는 사업절세
32 세금계산을 할 때는 실제 내용이 중요하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비록 그 내용이 불합리하고 부당하더라도 법으로 존재하는 한 지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세금과 관련해서도 이 말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국민의 재산권이 부당한 세금 부과에 의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반대로 불합리한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세금은 그 법률이 위헌 결정을 통해 무효화되지 않는 한 납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경제현상들에 대해 일일이 세법에서 규정할 수가 없기 때문에, 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실질내용을 파악해서 세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실질과세원칙’이라고 하는데, 즉 세법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내용을 입증할 수 있으면 세금계산을 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불법체류자를 채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했다면?
여전히 청년실업은 사회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실제로 일자리가 없어서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무원 등 나름대로 대우도 좋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려다 보니 젊은 실업자가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 청년들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기피하면서, 기업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서 애를 태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의 수도 꽤 많다. 그런데 고용 허가를 받고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 중 일부는 고용 허가를 받고 일해온 업체를 무단이탈해서 불법체류자의 신분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처럼 불법체류자의 신분인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는 법인세나 소득세를 계산할 때 세무상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을끼?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비록 불법체류 근로자가 관계 당국에 적발되면 벌금을 물거나 국외로 추방될 수는 있겠지만, 업무와 관련해서 실제로 인건비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만 있으면 불법체류자를 채용하고 인건비를 지급한 회사의 입장에서는 세금계산을 할 때 관련 지출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입증할 수만 있다면 실제 내용을 반영해서 세금계산을 할 수 있는데, 이런 것이 실질과세원칙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질과세원칙은 어떻게 적용될까?
실질과세원칙이 실제로 적용되는 경우들을 살펴보자. 먼저 명의상 사업자등록자와는 별도로 사실상의 사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사실상의 사업자를 납세의무자로 보며, 1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2인 이상이 동업하여 그 수익을 분배하는 경우에도 외관상의 사업명의인이 누구인지와는 관계없이 실질 내용대로 동업으로 봐서 세금을 부과한다. 그리고 법인의 경우에도 회사의 주주로 명부상 등재되어 있더라도, 회사의 대표자가 임의로 등재한 것일 뿐 회사의 주주로서 권리행사를 한 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그 명의자인 주주를 세법상의 주주로 보지 않는다.
그 밖에도 공부상의 등기나 등록 등이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사실상 해당 사업자가 취득해서 그 사업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에는 이를 그 사실상 사업자의 사업용 자산으로 본다. 즉 형식상의 기록 내용이나 거래명의가 어떻게 되어 있든지 상거래관례, 구체적인 증빙, 거래 당시의 정황 및 사회통념 등을 고려해, 거래의 실질 내용대로 세법을 적용한다. 다만 실질 귀속자와 명의자가 다른 것에 대한 가산세 등의 불이익은 있을 수 있다.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규정을 뛰어 넘을 수는 없다
세금계산은 명의나 형식에 상관없이 실질 내용대로 해야 한다는 실질과세원칙에도 불구하고,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는 것은 세법에 따라서 세금계산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접대비의 한도 계산, 퇴직급여충당금의 설정, 감가상각비의 계상, 기부금의 한도 계산 등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서 따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설사 그 내용이 불합리하다고 하더라도 그 법에 따라서 세금계산을 해야 한다. 앞서 설명한대로 「부가세법」에서도 실제로 부가세 매입세액을 부담하고 세금계산서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정책적으로 매입세액을 공제해주지 않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이렇게 세법에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실제 내용을 밝힌다고 하더라도 인정이 되지 않으며 법에 따라야 한다.
<세금 고수의 가이드>
국세기본법상의 실질과세원칙
1. 과세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세법을 적용한다.
2. 세법 중 과세표준의 계산에 관한 규정은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적용한다.
3.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세법의 혜택을 부당하게 받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경제적 실질 내용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거나 연속된 하나의 행위 또는 거래를 한 것으로 보아 세법을 적용한다.
33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는 목적이 다르다
외환위기 이후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기업들이 부도가 나거나 공중분해되는 일이 꽤 있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일부 기업들은 과세관청을 상대로 분식회계로 인해 더 낸 세금을 환급해달라는 다소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그동안 실제로 이익이 나지 않았는데도 이익이 나는 것처럼 회계처리를 하다가 더 이상 분식회계를 통해 주가 상승이나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기업이 망할 지경에 이르자, 사실은 손해가 났는데 억지로 이익이 난 것처럼 해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냈으니 돌려달라는 것이었다.
과거에 없던 기이한 상황이 발생하자 정부는 “자산가액을 과다하게 계상하고 이익을 낸 것처럼 공시한 뒤 법인세를 자진납세해 놓고, 이제 와서 분식결산으로 이익이 과다 계상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하면서, “분식회계를 한 사실이 적발될 경우 세금 환급을 용인하게 되면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세금 환급은 해줄 수 없다며 환급 요청을 거부했다.
그런데 그 후 법원에서 “사실과 다른 회계 처리 등 회계장부 조작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 규정이 있고, 관할 세무서가 납세자에 비해 세법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점 등으로 봤을 때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는 이유로 경정처분을 거부한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다시 환급해주라는 판결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렇게 분식회계를 통해 실제보다 자산과 이익을 부풀린 재무제표는 주가를 올리고 투자를 받다가, 그 사실이 들통이 나니까 실제로는 손해가 났다고 하면서 그동안 냈던 세금을 돌려 달라고 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회계의 당기순이익과 세무회계의 소득금액
기업회계는 수익에서 비용을 차감한 정확한 당기순이익을 계산해서 주주나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그 내용을 제대로 보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 세무회계는 익금(총수입액)에서 손금(필요경비)을 차감한 정당한 소득금액을 계산해 기업이 납부할 세금을 산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렇듯 기업회계와 세무회계는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그런데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항상 다른 것은 아니다. 세무회계의 기준이 되는 세법에 따르면, 세금계산을 할 때 세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납세의무자가 계속해서 적용하고 있는 기업회계의 기준 또는 관행으로서 공정・타당하다고 인정되는 것을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세법에서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업회계 기준을 따를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세무조정이 필요 없다.
또한 기업회계와 세법상의 손익 귀속시기가 같은 대부분의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세무조정이 필요 없지만, 세법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는 경우에는 세무조정이 필요하다. 참고로 「부가세법」에서는 세금계산서 발행과 관련해서 별도로 재화나 용역의 공급 시기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는 기업회계나 「법인세법」의 내용과 동일하지만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기업회계나 법인세법과 다른 「부가세법」 상 공급시기를 보면, 선수금에 대해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그 시기를 공급 시기를 보는 경우, 완성도기준 지급조건부나 중간 지급조건부 또는 장기할부판매의 경우 대가의 각 부분을 받기로 한 때를 공급 시기로 보는 경우 등이 있다.
세무회계의 권리의무확정주의와 기업회계의 발생주의
「법인세법」이나 「소득세법」에서는 공평과세를 실현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권리나 의무가 확정된 날이 속하는 수익이나 비용을 사업연도에 장부에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이것을 ‘권리의무확정주의’라고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법상 익금이나 수입액의 경우에는 수입할 권리가 확정된 날을 수입 시기로 보며, 손금이나 필요경비의 경우에는 지급할 의무가 확정된 날을 손금으로 계상한다.
정보 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기업회계 기준에 따르면 재무제표는 발생 기준에 따라서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을 ‘발생주의’라고 한다. 발생 기준에 의하면, 기업의 경제적 거래나 사건과 관련된 수익과 비용은 그 현금 유출입이 있는 기간이 아니라 그 거래나 사건이 발생한 기간에 이를 계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2017년 12월 11일에 임차한 건물에 입주하면서 임차료를 입주일로부터 한달이 되는 1월 10일에 지급하기로 했다면, 기업회계에서는 2017년 12월 말로 결산을 하면서 비록 12월분 임차료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12월 11일부터 12월 말일까지의 임차료를 계산해서 비용과 부채로 장부에 계상해야 한다. 그러나 세법상으로는 한달 후인 2018년 1월 10일에 그 임차료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되기 때문에 2017년 12월 11일부터 2018년 1월 10일까지의 임차료를 2018년 1월 10일에 장부에 모두 비용으로 계상할 수 있다.
입출금이 없어도 거래로 본다
실무를 하다 보면, 거래는 발생했지만 대금결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수익이나 비용으로 계상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현금의 수입이나 지출이 있을 때, 그 거래 내용을 장부에 기록하는 것을 ‘현금주의’라고 한다.
그런데 기업회계나 세무회계 모두 원칙적으로는 현금주의에 의한 회계처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따라서 현금의 입출금이 없다고 해서 회계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예를 들어 매출자의 입장에서 매출을 하고 대금결제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장부상에는 매출을 기록하는 동시에 나중에 회수할 매출채권으로 기록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장부상으로는 이익이 나지만 실제로는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서 흑자부도가 날 수 있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기업의 현금흐름을 보여주는 현금흐름표가 중요하다.
회계감사는 분식회계를 밝혀낸다
기업회계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는 회계감사는 ‘분식회계’를 적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회계감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고객인 기업의 입장을 완전히 무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부실한 회계감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근에도 저축은행 사태 등을 통해 부실한 회계감사를 한 회계법인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회사 경영진과 감사를 한 회계법인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세무조사는 기업의 세금 탈루를 적발한다
세무회계의 적정성 여부를 검증하는 세무조사는 세무상 수입을 부당하게 줄이거나 세무상 비용을 부당하게 늘리는 방법으로 소득금액을 줄여서 세금을 탈루하지 않았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분식회계를 방지하는 회계감사의 목적과 비교하면 거의 정반대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세무조사는 기업이 매출을 줄이거나 실제로 투입된 원가나 비용을 부풀려서 소득금액을 줄이지는 않았는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다한 지출로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해서 누락된 세금이 있으면 추징하는 절차다.
▲세무대학, 성균관대 졸업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국제조세 석사)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세제실 등 근무
▲한국세무사회 조세제도연구위원, 국제협력위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서울시 공익감사단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