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무조사 끝난 최대주주 현대건설, 하도급업체 거래과정도 조사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 승계의 일환으로 상장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 현대엔지니어링이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38.62%,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1.72%, 현대글로비스가 11.67%,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가 각각 9.35%, 정몽구 회장이 4.6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에 조사관들을 투입, 회계 장부 등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조사에는 기획조사를 주로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 등 무려 100여명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국세청은 특히 이날 현대엔지니어링 상생부서에도 조사관을 투입, 하도급 업체와의 거래과정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생부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협력업체를 관리·지원하는 조직이다.
올 2월부터 110일 서울국세청 조사국의 세무조사를 받아왔던 현대건설에 대한 세무조사가 최근 끝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주주 현대건설이 상장을 추진해온 이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행위'가 있었는지가 조사의 초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또 최근 긍급사슬(거래처)과 가짜 세금계산서 등을 끊어주면서 가공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 인천지방검찰청 금융‧조세범죄전담부가 구속 기소한 현대글로비스 임직원의 사례처럼, 현대엔지니어링도 자사 하도급업체와 비슷한 유형의 탈법적 거래가 있었는 지도 검증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무조사가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및 승계와 관련돼 있다는 설은 오래 전부터 증권가와 각종 미디어에 자주 돌았다.
현대건설과 마찬가지로 최근 세무조사가 종결된 기아자동차와 검찰 구속으로까지 이어진 현대글로비스, 현대파워텍, 현대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잇따르면서 국세청 세무조사가 현대차그룹 지주사 전환시도와 관련돼 있다는 개연성이 점점 탄력을 받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초 대기업 관련 세무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대기업 계열사의 불공정 하도급거래에서 세금 탈루가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재벌그룹의 계열사 인수합병을 통한 대주주 경영권 승계 시도는 현 정부가 국세청 뿐 아니라 모든 규제 부처에서 쌍심지를 켜고 감시하고 있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재벌그룹 총수일가의 비핵심 계열사 지분 매각을 요청한 점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 대주주 일가는 국세청과 공정위의 포위 공격으로부터 무사히 빠져 나와 현행 제도의 틀 안에서 기업재산과 경영권을 무사히 대물림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