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 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간주’ 만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를 적용해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인천의 운수업체 전 대표 홍모씨가 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 승소 취지로 서울고법에 환송했다.
홍 씨는 지난 2008년 5월 두 아들과 처제 명의로 회사 주식 2만700주(17.25%)와 자신 명의의 1만5천600주(13%)를 친형에게 넘기면서 주식 양도소득세는 자신과 두 아들, 처제 이름으로 각각 계산해 납부했다.
이에 대해 인천세무서는 7년이 지난 2015년 3월 양도된 주식이 사실상 모두 홍씨 소유이기 때문에 홍씨가 3만6천300주(30.25%)를 한꺼번에 친형에게 처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인천세무서는 누진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세 9512만원을 더 납부하라고 처분했고, 이에 홍씨는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에서는 홍 씨가 주식을 명의신탁 한 것이 누진세율을 피하기 위한 조세포탈 목적이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현행 국세기본법에는 조세회피 등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 한 주식을 거래할 때는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세금 부과 기간도 길게 적용하고 있다. 매도하는 주식 양에 따라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과세할 수 있는 기간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홍 씨의 경우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면 과세기간이 10년까지 적용돼 2008년 주식을 처분했어도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면 과세기간이 5년 이어서 2008년 주식 처분한 것은 2013년까지만 세금을 물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2015년에 부과한 양도세는 당연히 무효가 된다.
이에 대해 1심은 홍 씨가 당시 양도세 신고를 하면서 아들과 처제 명의로 작성된 주식양도양수계약서도 제출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자신이 실질적으로 보유하던 주식의 거래를 적극적으로 은닉한 행위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5년 양도세 부과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2심도 명의신탁 등으로 누진세율을 회피하고 수입을 분산하는 등 조세회피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정했다.
다만 홍 씨의 주식 중 가족에게 증여했다고 볼 수 있는 주식을 거래한 부분은 과세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주식을 부정한 목적으로 명의신탁 했다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2015년 양도세 부과가 전부 무효라고 판결하고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